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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서울 문학 기행]모더니즘·삶의 허무 뒤엉킨 문학 감수성의 발원지

■방민호 지음, 아르테 펴냄





서울은 근대 한국 문학적 감수성의 발원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인재가 근대적 지식을 배우고 근대적 감성을 경험하고 또 이를 그들의 작품 속에 오롯이 담아낸 공간이었기 때문. 책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남자’ 이상, 임화, 김수영을 비롯해 이광수, 박태원, 박인환 등 10명의 문인들과 인연이 있는 서울을 통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당시 사회를 조망했다.

우선 책은 이상이 남긴 서울에서의 자취를 따라간다. 경성에서 나고 자라고 생을 마감한 이상을 저자는 ‘경성 모더니즘’ 자체라고 표현했다. 대표작 ‘날개’에서 주인공이 “한 번만 더 날자꾸나”라고 외친 장소는 미쓰코시 백화점(현 소공동 신세계백화점)으로 한국에서 자본주의가 최초로 전입됐던 상징적 공간이다. 책은 이 외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도 소개한다. 3개월간 결혼생활을 했지만 후에 화가 김환기의 아내가 돼 이름을 김향안으로 개명한 변동림의 회고를 통해서다. 양장을 하고 다닐 것 같은 모더니스트인 그가 조선인으로서의 주체성이 강해 늘 한복을 입은 탓에 일본 경찰의 검문을 늘 무사히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또 윤동주의 서촌 누상동 9번지 하숙집은 그가 순수 시인으로 거듭난 문학의 공간이다. 5개월 가량 열 편의 시를 남긴 이 하숙집은 문단의 소왕국이었다. 희곡작가 겸 소설가였던 집주인 김송을 찾아 드나드는 문인들을 지켜보면서, 윤동주의 창작에 대한 열망은 더욱 깊어갔을 것이다.



서촌에서 내려오면 김수영이 생전 마지막 거처했던 마포구 구수동 41번지다. 그는 그곳에서 아내 김현경과 닭과 토끼를 쳤고, 틈틈이 번역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김수영의 구수동은 외부에서 내부를 비판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이해된다. 명동은 삶의 허무에 대해 노래한 박인환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나라를 잃은 비통함 등 동시대의 화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그를 문학사에서는 시대를 앞서 간 유미주의자(미의 창조를 예술의 유일지상의 목적으로 삼는 예술인)로 평가한다. 시대를 앞서 갔기에 그는 역설적이게도 시대의 제약에서 자유로웠다. 제도를 저버린 그는 명동의 동방살롱에서 첨단 시론을 읊었고, 이념과 물질의 논리에 병든 사회를 허무주의로 표현한 것. 이광수의 홍지동 산장에는 변절과 문학인으로서의 재능이 일장춘몽처럼 서려 있다. 옛날의 건축 양식을 살려놓은 산장의 사진에서는 뛰어난 문인이자 변절자로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이 겹쳐 보인다. 1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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