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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시대 열겠다면 고준위 방폐장 미뤄선 안 돼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19일 0시를 기해 영구히 가동을 중단한다. 설계수명 30년을 다 채우고 10년 더 가동했으나 노후 원전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이번에 폐로하는 것이다. 한수원은 핵연료를 냉각한 뒤 안전성 검사를 거쳐 5년 뒤인 2022년부터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문제는 폐연료봉인 사용후핵연료 처리다. 폐연료봉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정적이고 영구적으로 보관할 저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2015년 완공된 경주방폐장은 장갑과 부품 등 오염도 낮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다. 고리 1호기의 폐연료봉은 임시저장 시설로 옮겨져 보관한다지만 임시변통에 불과하다. 원전 수조에 있는 현재의 임시저장소는 폐연료봉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 월성원전 같은 중수로형은 2019년, 경수로형은 2024년 고리와 한빛원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를 맞게 된다. 다른 원전 수조로 옮기는 것 역시 폐연료봉이 꽉꽉 들어차면 무용지물이다. 새 정부는 노후원전을 셧다운 한다는 게 기본원칙이어서 앞으로 폐연료봉 배출이 급격히 늘어나면 임시저장소의 안정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폐연료봉 포화 시기는 노후원전의 설계수명 종료 시기와 엇비슷하다. 이번에 가동을 중단한 고리 1호기 외에도 월성1호기를 비롯해 노후원전 5기의 수명이 2022~2025년에 다하게 된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주민 반발의 강도가 원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방폐장 건립사업은 1983년부터 시작됐음에도 지금의 경주로 부지 선정에만 22년이 걸렸다. 공사기간만도 꼬박 10년이 됐다. 고준위 방폐장 건립 문제는 역대 정부마다 미적대다 지난 정부에서 겨우 공론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을 뿐이다. 새 정부가 탈원전을 기치로 내걸었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방폐장 문제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미룬다고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지금 준비해도 늦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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