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난민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가 난민 수용을 꺼리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마리오 지로 이탈리아 외교부 차관은 18일(현지시간) 일간 일 마니페스토와의 인터뷰에서 난민들의 EU 역내를 이동할 수 있도록 임시 비자를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민들에게 비자가 발급되면 이탈리아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져 여타 EU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지로 차관은 “우리는 (EU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며 “이탈리아는 일방적인 조치를 피하길 원하지만 난민들이 처음 도착한 나라가 그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EU 규정의 엄격한 적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의 난민 수용소로 전락하거나 우리의 난민 구조에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된다”며 “이를 위해 유럽에 도착한 난민들과 관련해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유럽)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비자의 발급 예정일과 발행 규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난 16일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 20만명에게 유럽을 여행할 수 있는 인도적 비자를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정부의 계획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로 차관의 발언으로 이탈리아가 실제로 자국에 들어온 난민 일부가 유럽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도록 비자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음이 사실로 굳어졌다.
이탈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직후에도 전쟁과 내전을 피해 북아프리카에서 입국한 난민들에게 체류증을 발급, 이들이 북유럽과 서유럽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터줌으로써 많은 EU 국가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탈리아가 이번에도 난민 비자 발급 카드를 꺼낸 것은 유럽 다른 국가들이 이탈리아에 집중되고 있는 난민 수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탈리아가 사실상 홀로 난민 부담을 짊어지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이탈리아에는 지난 3년 간 50만 명의 난민이 들어온 데 이어 올해 들어 현재까지도 유럽행 난민의 약 90%에 달하는 9만3,000명의 난민이 발을 디뎠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7% 늘어난 숫자다.
한편, 이탈리아가 난민에게 비자를 주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탈리아와 알프스 산맥 부근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볼프강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이날 발행된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오스트리아는 난민 유입이 과도하게 일어날 경우 24시간 안으로 이탈리아 접경지인 브레너 패스를 폐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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