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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비극의 공장 난개발] 논밭·산으로 파고든 공장...악취·분진·폐수에 주민 '고통의 나날'

■김포·화성·김해 공장 난립 어떻길래

도시 외곽에 있던 주물·화학공장 농촌주택과 뒤섞여

소음 기준치 넘고 바람 타고 쇳가루 등 날아오기 일쑤

김포 거물대·초원지리 주민 잇단 '질병 피해구제신청'

"관리·감독 소홀 정부·지자체도 책임" 주민 불신 확산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에 사는 이모씨는 인근 C산업에서 온종일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소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도 시끄러워 공장을 찾아가 항의도 했지만 그때뿐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반복된다. 소음 정도를 휴대용 측정기로 재보았더니 67㏈. 현행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장은 농림지역에서 낮에 60㏈ 이상의 소음을 내서는 안 된다. 이씨 자택에서 차로 5분 정도 이동하면 철물 등을 쌓아놓은 고물상이 있다.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리고 비가 오면 시뻘건 녹물이 흘러내리니 바로 옆에서 음식점을 하는 주인 입장에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공장 담벼락 바로 옆에 고추밭이 있는가 하면 수박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도 있다. 손으로 비닐을 쓸어보았더니 약간 검고 불그스름한 먼지가 묻어나온다.

김포시에는 등록공장이 5,966개(팩토리온 7월15일 기준)나 된다. 도시 편입이 예상되는 지역 또는 자연환경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이용·개발이 허용되는 지역인 계획관리지역 내 산업단지가 아닌 개별입지에 들어선 공장이 약 5,000여개이며 이 중 5분의2인 1,978개가 대곶면에 자리하고 있다. 대곶면의 인구는 약 1만여명. 이 가운데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과 외지인을 뺀 원주민은 약 2,000명 안팎일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공장과 인구 수가 거의 엇비슷하다. 거물대리와 초원지리에 사는 원주민 대부분이 공장에 포위된 채 혹은 담을 맞대고 살아가는 셈이다.

김포만 이런 것이 아니다. 경기도 화성을 지나는 43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몇 십 개 이상의 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겉으로만 보면 마치 산업단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장주들이 계획관리지역 내 개별용지를 직접 매입해 지은 공장들이 군집한 집적지들이다. 화성시에는 이런 집적지가 80여곳, 산단이 아닌 개별입지 공장들은 9,000개를 넘어선다.

문제는 이러한 도시 외곽의 공장들이 논밭과 임야를 파고들면서 일반 주택과 뒤섞이게 된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법대로 환경오염물질 또는 소음배출 관리를 한다면 분란이 생길 리 없다. 하지만 공장 난개발로 공장들과 주민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실제로 김포나 김해, 화성 등 공장 난개발 지역에서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작업을 하는 주물공장이나 맨홀 뚜껑을 열어놓고 있는 화학 또는 고무 공장을 볼 수 있다. 쇳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고 폭우가 오면 하수가 넘칠 수도 있다. 모두 불법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유독 몸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 거물대리와 초원지리 원주민 약 150여명중 지난해와 올해 환경피해구제신청을 제기한 사람들이 30명이다. 이 중 아직 생존해 있는 24명 모두 기관지염이나 폐색성 폐질환, 급성편도염 등 호흡기 관련 질병을 앓고 있다. 거물대리에서는 알려진 암 환자만 3명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아픈 원인을 주변 공장에서 쏟아내는 유해물질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초원지리의 한 주민은 “원래 이곳은 암이라고는 전혀 모르고 지냈던 곳인데 공장들이 들어선 후부터 질환이 급속히 번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해시 한림면 신천리 망천1구 주민들이 동네 위쪽에서 공사가 한창인 산업단지에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 50여개 기업이 뿜어내는 악취와 분진, 폐수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공단까지 들어선다면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주변 산꼭대기에 폭우가 오는데도 덮개 없이 산업 폐기물로 보이는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업체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뭐가 두려운지 업체 경비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사진 찍지 마라’고 소리를 친다. 한 주민은 “지금도 남풍이 불면 역겨운 냄새가 엄청나게 많이 나 코를 막고 다니는 판”이라며 “공장들이 들어서기 전에는 물 좋고 풍광 좋기로 유명했던 마을이지만 이제는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만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다. 김포시 모 부대 장병 200여명은 지난 2013년 인근 주철·알루미늄 공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분진으로 5년간 두통과 목 통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환경부에 신속한 조치와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해 원상복구 판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공장이 산속까지 파고들면서 위기의 순간을 겪는 경우도 많아졌다. 며칠 전 김해 신천리 주민들은 불과 20분 내린 비에 갑자기 토사가 밀려 내려와 마을회관으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공단 조성으로 산림이 사라지면서 서식처를 잃어버린 멧돼지 등 산짐승들이 밤마다 이 동네를 활보해 외출을 못 한다는 하소연도 잇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장 난개발이 심화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기업, 나아가 허가를 내준 정부와 지자체 등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 등이 공장 오염물질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원주민들이 모든 피해를 뒤집어쓰게 됐다는 의미다. 한 주민은 “동네가 난개발로 난리가 났다고 그렇게 호소했는데 김해시에서는 뭐가 불편한지 단 한 번도 물어본 적도, 신경을 쓴 적도 없다”며 “공무원들에게 우리는 처음부터 ‘개돼지’였던 모양”이라고 성토했다. 김포시 대곶면의 한 이장도 “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게 해달라고 시에 부탁했건만 아직 아무 얘기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탐사기획팀=송영규 선임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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