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이 발급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에 대해 4년간 1,000억원 규모의 특별보증을 하는 식으로 중소 조선사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한진해운 붕괴로 훼손된 해양산업의 생태계를 재건하기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등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소조선사 대상 RG 발급 원활화 방안’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조선업 생태계는 대형과 중견 조선사 외에 소형도 있어야 한다”며 “건전한 중소 조선사들이 수주를 (업황 부진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고 말했다.
최근 중소 조선사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몇 년간 이어진 글로벌 조선업 부진의 영향이 컸다. 수주를 위해서는 RG가 필수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RG는 조선사 부도로 선박을 인도할 수 없을 때 금융회사가 선주에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는 보증이다. 하지만 부실가능성 탓에 금융기관이 발급을 꺼리고 있다. 이에 지난해 823억원이었던 RG 발급액은 올 상반기 199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연간 550억원 규모의 RG 발급 수요 가운데 시중은행의 공급규모는 연 3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산은과 기은·수협과 정부가 신보에 특별출연해 4년간 연 250억원씩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당장 산은·기은·수협이 50억원을 투입하고 정부는 최대 200억원을 특별출연한다. 마련한 재원으로 단독건조를 해본 경험이 없거나 재무건전성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건조능력이 충실하다면 시중은행보다 기준을 완화해 RG 발급을 지원할 방침인데 중소 조선사 30여곳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시중은행이 중소 조선사 RG 발급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RG 발급 실태조사 결과 등을 공유하고 인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부 신조지원 사업에 시중은행들의 RG 발급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내년 6월 출범을 목표로 부산에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도 추진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사의 선박투자를 보증하고 항만터미널 물류시설 투자 등 자산투자도 돕는 해운산업 재건의 컨트롤타워다. 공사는 해수부 소관으로 설립되며 법정 자본금은 5조원이다. 납입 자본금은 3조1,000억원 규모로 발족하고 추가 출자로 자본금을 확충할 방침이다. 한국선박해양과 해양보증보험을 흡수하는데 이들의 자본금 1조원, 5,500억원이 각각 활용된다. 나머지 1조5,500억원은 대다수를 정부 항만공사 지분을 현물 출자하며 부족분은 현금 출자할 계획이다.
다만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해운산업에 관여하는 기관이 기재부·산업부·해수부·금융위·수은·산은 등 많은데 ‘사공’이 하나 더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운산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약하고 문제가 생기면 이를 보전해주는 것에만 집중한 경향이 있는데 해양진흥공사에서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구경우기자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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