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네, 모네, 르느와르와 함께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인 에드가 드가(Edgar De Gas·1834~1917) 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에드가 드가 하면 파스텔로 섬세하게 그린 발레 그림을 가장 많이 떠올릴 텐데요. 클래식 음악 한곡 들으며 감상해야 할 것만 같은 고운 발레리나 그림을 주로 그렸던 드가가 여성혐오증이 있었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실제로 드가는 곧잘 여성들을 동물에 비유해 조롱을 하기도 했고 마네와 그의 부인을 그린 그림에선 마네 부인을 너무 흉측한 모습으로 그려 화가 난 마네가 그림에서 부인의 얼굴을 칼로 잘라내고 맙니다. 정말 부인의 얼굴이 반쯤 사라져있네요. 결국 이 일로 두 사람은 의절하게 됩니다.
어쩌다 드가는 여성혐오증이 생기게 된 것 일까요. 일단 드가의 어머니 때문이란 얘기가 있습니다. 드가의 어머니는 혼혈로 굉장히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였다고 합니다. 그런 어머니가 드가의 삼촌과 불륜에 빠졌다고 합니다.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드가의 아버지는 그런 아내를 외면했고 32세 젊은 나이로 아내가 사망하자 아버지는 폐인처럼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 기간동안 드가 역시 처절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여성혐오증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있구요.
또 다른 이유는 드가는 굉장히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이어서 자신을 인상주의 화가라고 불리는 것도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인상파 화가들이 자연에 영감을 얻어 그림 그리는걸 한심하게 생각했다고 하네요. 독불장군이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여성을 이성이 아닌 사물 그 자체로 바라보게 된 거죠. 정말 이 다림질하는 여인은 그냥 한눈에 봐도 썩 아름답지는 않네요.
다시 발레리나 그림으로 돌아와서, 19세기에 발레리나는 우아한 직업에 속했다기보다 ‘쇼걸’에 가까운 존재였는데요. 평소 발레와 오페라를 좋아했던 드가의 작품들을 보면 어느 작품에서는 고된 연습을 하는 무희들을, 또 어느 작품에서는 감정의 분출로 탈진한 무희의 모습을, 또 어느 작품에서는 하품을 하거나 발레 슈즈 끈을 동여매는 등 무의식에 하게 되는 찰나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그런 발레리나의 얼굴은 귀신처럼 뭉개듯 표현한 드가의 그림은 당시 아이러니하게도 파격적인 표현양식으로 평가받으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어머니의 외도로 인한 비뚤어진 감성으로 그린 그림이 드가를 세계적인 화가로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죠. 조명빛에 백조같은 발레리나, 눈부시도록 아름답지만 공포마저 느껴지는 어두움,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낸 화가 드가. 이 모든것이 어우러져 드가의 진가를 말해 주는 것이지 않을까요?
한뼘 미술관, 2018년엔 더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수진기자 ppo19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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