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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디지털시대, 아날로그라는 '윤활유'를 권함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디지털화 대세지만...폐해도 있어

익숙찮은 디지털 환경이 구성원 반감 불러

폐쇄적 마인드 탓에 업무성과 떨어지기도

■협업 구조 만드는 글로벌 IT 공룡들

폐북·구글·애플 등 대면·교류 근무환경 조성

한국 기업도 아날로그 방식 황용 적극 나서야





2018년 무술(戊戌)년이 밝았다. 올해도 ‘4차 산업혁명’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며 이에 따른 디지털화(Digitization), 스마트화(Smartization)의 광풍이 여전히 몰아칠 것이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이미 생활화된 지 오래다. 한집에 있으면서도 방에 있는 동생이 거실에 있는 누나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카카오톡을 보내는 세상이다. 디지털 기기가 생활을 더욱 편하게 만든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만큼 개인 간 단절화, 조직의 파편화 경향이 심화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2017년 5월 IBM은 1993년 시작한 재택근무제를 24년 만에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나 실질적 이유는 통근시간 절약, 사무실 임대비용 절감 등의 명분에 비해 업무 효율 증대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 효율이 증가하지 않는 원인에는 재택근무자들의 과로, 스트레스, 모럴 해저드, 정보보안 이슈 이외에 동료와의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통한 아이디어 발굴이 없다는 것이 포함됐다. IBM 마케팅최고책임자 미셸 펠루소는 “사무실 근무는 혁신과 창의적 근무환경을 위한 선택”이라며 부족한 대면 접촉이 업무 효율 증대를 저해하는 요인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결정이 비단 IBM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야후는 2013년 재택근무 철회를 선언하면서 “구성원들은 업무 처리뿐만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사무실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조직문화적 저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 참고). 이러한 조직문화적 저항을 유발하는 세부 요인을 물어본 결과 위험회피 경향, 폐쇄적 마인드 등이 언급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려워 외면하려는 경향이 디지털화라는 큰 흐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디지털화에 대한 반감으로 생긴 위험회피 경향과 폐쇄적 마인드는 조직 성과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으며 특히 폐쇄적 마인드가 큰 영향을 줬다. 폐쇄적 마인드는 개인 및 조직 간 협업을 저해할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을 방해해 결국에는 조직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디지털화의 어두운 측면이다.



이런 측면에 대응해 디지털 선도기업들은 디지털화로 인한 부서·개인 간의 단절, 디지털 기기나 프로그램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아날로그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신사옥 건설 시 구성원 간의 우연한 만남(Chance encounter)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에서 대면 접촉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연결성을 강화해 협업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페이스북 신사옥은 통상적인 벽, 문, 파티션이 없는 단층건물로 2,800여명의 직원이 약 1.6㎞ 길이의 단일 공간에 모여 일하는 구조다. 애플 신사옥은 개인 공간을 중시했던 이전 본사와는 달리 소통을 강조하는 구조로 직원들이 원형 복도를 따라 걸어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부서 직원과 만날 수 있다.

구글에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로만 작업하는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들에게 펜을 가지고 직접 손으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소프트웨어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동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내부 교육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반응이 좋아 전 세계 지사로 확산시켜 운영 중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어도비(Adobe) 경영진은 관련 팀들이 메시지와 문서 교환 후 화상 회의를 여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나마 같은 공간에 앉아서 문제를 해결하기를 권장한다.

이런 노력들이 시사하는 바는 비록 아날로그 방식이 느린 듯하지만 구성원들이 상호 간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돼 결국 협력을 통한 집단지성을 구축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 기업도 디지털화 트렌드 속에서 아날로그 방식의 활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는 디지털 업무 방식에 익숙해 아날로그 방식을 오히려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인류의 발전이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뤄진 것처럼 기업의 진보도 이러한 불편함을 이겨내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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