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해 11월 갑자기 한국 증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UAE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9조4,62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이는 한국 증시 최대 투자 국가인 미국의 순매수 규모(8,560억원)도 앞지른 것이다. 같은 기간 UAE는 코스닥시장에서도 210억원을 순매수했다.
당시 UAE의 투자 규모는 그동안 보여온 행태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UAE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한국 주식을 계속 순매도했고 그 규모도 1,000억원 안팎에 그쳤다. 그런데 11월 ‘사자’로 돌아서더니 갑자기 1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이다. 특히 당시는 오름세를 기록하던 코스피가 조정을 받던 시기였다.
UAE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줄이는 등 정권마다 다른 투자 행태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지난 2008년 말 2조8,637억원에 머물던 UAE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2009년 말 5조4,455억원, 2010년 말 6조8,357억원, 2011년 말 6조8,370억원에 이어 정권 말인 2012년 말 8조2,4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집권 첫해인 2013년 말 UAE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8조2,420억원으로 1년 새 겨우 2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가 2016년 말에는 6조9,31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들어 조금씩 회복해 대통령선거가 있던 5월 말(8조4,810억원)에는 8조원대를 회복했고 이후 증감을 보이다가 11월 말 9조원을 넘어섰다.
UAE의 자금이 들어오는 가운데 대표적인 중동계 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자금은 대규모로 국내에 유입되지는 않았다. 중동 국가 가운데 한국의 상장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610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고 코스닥시장에서도 매수와 매도 규모가 210억원으로 같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1월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중동 지역 파병부대 격려차 UAE 등을 방문했던 시기이고 그다음 달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UAE를 다녀왔는데 이와 관련은 없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국가별로 주식 매수·매도 이유를 금융당국 차원에서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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