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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몰디브의 민낯] 자연이 빚은 인도양의 꽃, 인간의 썩은내에 시들다

[국가비상사태 부른 '낙원 위 권력혈투']

독립 후 30년 철권 통치 독재자 가윰

이복형 이어 독재 꿈꾸는 집권자 야민

무능한 국정에 쫓겨난 민주투사 나시드

'권력의 단맛' 취해 끝모를 견제·비판

[열강 대리전 양상으로 번진 싸움]

中과 일대일로 협력하는 집권자 야민

특사 보내 정정불안 해소 지원 요청

전략적 우위 점하고 싶은 미국·인도

나시드 편에 서…中 영향력 확대 경계

2일(현지시간)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 압둘라 야민 가윰 몰디브 대통령에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살포한 최루가스를 맞고 괴로워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계속되자 야민 대통령은 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진 오른쪽) /말레=AP연합뉴스




인도양의 에메랄드색 바다 위에 떠 있는 산호섬 1,200여개가 빚어낸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 ‘꽃의 섬’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낭만적 풍광의 몰디브는 전 세계에서 신혼부부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런데 지상낙원인 줄 알았던 몰디브의 민낯은 독재와 정정불안으로 얼룩진 피 튀기는 전장이었다. 현재의 권력자와 과거 독재자, 민주화 세력이 뒤얽힌데다 중국·인도 등 열강의 개입까지 더해져 ‘낙원 위 혈투’는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영국에서 독립한 지 3년 만인 지난 1968년 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몰디브의 현대사는 순탄한 날이 없었다.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은 1978년부터 30년간 무려 6연임을 하며 독재자로 군림했다. 독재 속에서 잠시 몰디브 국민들의 숨통을 틔운 것은 언론인으로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며 14번 감옥살이를 했던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8년 민주화 열기 속에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하며 몰디브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


그런데 ‘민주투사’였던 나시드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기대와 달리 미숙했다. 환율조정 실패로 치솟는 물가와 불안한 경제로 민심이 떠났다. 여기에 믿었던 그가 당시 형사재판소 최고법관이었던 압둘라 모하메드를 부패에 연루됐다며 체포해 국민들은 폭발했다. 믿었던 민주투사의 달라진 모습에 실망한 시위 물결에 나시드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하야했다. 그리고 대선에 다시 출마해 국민들에게 재신임 여부를 물었다.

나시드 전 대통령


민주권력에 균열이 생기자 독재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13년 10월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나시드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지만 재벌 출신 가심 이브라힘 후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재투표를 실시했다. 두 번째로 치러진 1차 투표에서도 나시드가 45%로 과반 득표에 실패하자 이브라힘 후보는 2위를 차지했던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 압둘라 야민 가윰 후보를 지지했다. 결선투표 결과 대통령 자리는 야민 후보에게 돌아갔다.

30년간 철권통치를 했던 가윰 가문이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몰디브는 과거로 돌아갔다. 민주화시위가 계속되자 야민 대통령은 나시드 전 대통령을 테러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으며 나시드 전 대통령은 결국 2015년 징역 1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영국 망명길에 올랐다.



사태는 1일 대법원이 나시드 전 대통령과 야당인사 8명에 대한 재판이 부적절한 개입 아래 이뤄졌다며 재심을 명령하면서 다시 급박하게 돌아갔다. 야민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 이행을 거부한 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강화된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알 수 없는 혐의로 압둘라 사이드 대법원장 등을 체포했다. 아이러니하게 이 과정에서 가윰 전 대통령도 수뢰와 국가전복 음모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이복형제이었던 전직 독재자가 현직 대통령이 하야를 요구하는 야당세력의 편에서 정권의 최대 비판자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반세기 묵은 현 권력자와 과거 독재자, 복귀를 원하는 쫓겨난 민주투사의 끈질긴 싸움은 이제 열강들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몰디브의 정정불안은 더욱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됐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수감된 정치범과 판사들의 석방을 위해 인도가 군대와 함께 특사를 파견해달라”며 물리적 군사개입을 요청했다. 인도양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싶어하는 인도 정부는 앞선 1일 대법원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몰디브 정부는 반드시 대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는 1988년 몰디브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당시 군대를 파견했던 전력이 있으나 이후 물리적 개입은 자제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며 인도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미국도 나시드 전 대통령의 편에 섰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몰디브 정부와 군부는 법치, 표현의 자유, 민주적 제도를 존중해야만 한다”며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논평했다.

야민 대통령


그러자 야민 대통령은 중국·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 등에 특사를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고 8일 몰디브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들은 모두 현 정권에 호의적인 국가이며 중국은 특히 적극적으로 그를 돕고 있다. 몰디브를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한 고리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몰디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다.

앞서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는 몰디브의 내정”이라며 “몰디브 내 당사자들 간 대화와 협력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음날에도 중국 외교부는 나시드 전 대통령이 중국의 투자를 불투명하게 받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갈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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