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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기초과학] 화학 2위→6위·지구과학 3위→8위...이러다 4차혁명 누가 이끄나

■한국 국제올림피아드서 뒷걸음
무한경쟁 시대 0.1% 초일류 인재 확보 중요한데
원자력·조선도 학생들 외면...경쟁력 하락 불보듯

[흔들리는 기초과학] 화학 2위→6위·지구과학 3위→8위...이러다 4차혁명 누가 이끄나

정부는 지난 2월 말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학·과학 교육의 질적 수준을 세계 36위(2016년 기준)에서 오는 2040년에는 15위로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암기식 위주에서 탈피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우리 대표팀이 거둔 성적을 보면 자칫하면 ‘청사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학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과학고 등 영재고가 일부 입시교육 위주로 변질되고 국내 최고의 영재고인 서울과학고에서 의대 진학률이 20%대나 된다는 점에서 수학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팀이 IMO에서 2015년 3위, 2016년 2위, 지난해 1위로 상승하다 올해 갑자기 7위로 추락해 수학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제화학올림피아드도 2015년 1위, 2016년 2위에서 지난해 6위로 떨어졌고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 역시 지난해 8위로 전년 대비 5단계나 떨어졌다. 지난해 국제생물올림피아드와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는 각각 5위, 10위에 그쳤다. 국제물리올림피아드는 지난해 1위를 기록했으나 올해 성적은 미지수다.

IMO는 20세 미만 청소년 대표팀이 대수·기하·정수·조합 네 분야에서 이틀간 6문제(9시간)를 푼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종합적인 사고력과 논리력·창의력을 평가받게 된다. 따라서 글로벌 영재들이 자웅을 겨루는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우리 엘리트 청소년들의 수학 실력이 추락했다는 것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초과학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수학의 기하·벡터를 빼기로 해 과학기술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수학 교육 약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물론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줄인다는 취지이지만 오히려 기초과학의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얘기다. 금종해 고등과학원 교수는 “교육부가 2022학년도부터는 이과생의 수학 필수였던 확률과 통계, 미적분도 선택하도록 계획하고 있어 이과생의 문과생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수포자는 학생들이 사교육에 내몰리며 수많은 문제집에 질려서 그런 것이지 수학 내용이 많아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수학 등 기초과학에 있는데 수학이 약화되면 공학 등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올림피아드 성적의 하락세는 출전 대표를 뽑는 한국올림피아드의 성적이 대학 입학시험에 반영되지 않아 저변이 줄어든데다 과학고 등 영재고의 상당수가 당초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고의 영재고인 서울과학고 학생들이 대부분 국제올림피아드에 출전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양정모 한국연구재단 성과조사분석팀장(수학박사)은 “과학고와 영재고가 대학 입시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학생들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을 통해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종해 교수는 “서울과학영재고처럼 요즘 영재고에서 의대 진학에 제한을 두기도 하지만 화학이나 생물·지구과학 등의 국제올림피아드 입상자는 대부분 의대에 간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국가경쟁력 향상과 국민 삶의 질 제고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나 연구현장의 손발이 돼야 할 젊은 학생들의 실력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대 공대조차 지난해 후기 석사과정 지원자가 처음으로 정원에 미달하는 등 이공계 위기론으로 번지고 있다. 지방은 물론 서울의 중하위권 대학은 동남아 등 외국인 유학생에 의존하며 숫자를 채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KAIST의 경우 올 2학기에 94명의 1학년 재학생 가운데 아무도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전공으로 택하지 않는 등 과학계에서도 원자력과 조선 등 전통 주력산업이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초과학인 수학 기반이 약화되면 미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수학 등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노벨상도 받을 수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례로 구글의 검색엔진이나 페이스북의 친구 추천 알고리즘에 수학이 기초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발표한 2020년 미래고용보고서를 보면 2020년까지 510만개 가량의 일자리가 감소하지만 수학과 컴퓨터 분야는 미래 증가 직업 3위에 올라 있다.

0.1% 초일류 인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과학 엘리트의 기초과학 실력 하락은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향숙 대한수학회 회장(이화여대 교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수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라며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수학 교육을 약화시키는 것은 효과가 없어 학생들이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수학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입시에서 서술형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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