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8,000원 시대를 앞둔 소상공인들은 치솟는 인건비 부담을 더는 감내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 몰렸다며 불복종운동까지 강행할 태세다.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에 주휴 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어느덧 중위 소득의 60% 수준에 달해 본연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이런 와중에 여권에서는 ‘솔로몬의 해법은 없다’고 둘러대며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섣부른 대선공약이 되레 일자리 위축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의 주먹구구식 결정구조다. 올해 최종 표결에는 임금 당사자인 사용자위원 9명이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사실상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공익위원들이 주도한 반쪽짜리 결정인 것이다. 게다가 중립적 입장의 공익위원들은 사용자 측의 의견 한번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서둘러 결론을 내버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정당성을 상실한 일방적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처럼 공익위원들이 정부 거수기에 불과하다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역할에도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과 임금 지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구체적인 통계에 근거해야 함은 물론이다. 결정주기도 급격한 인상에 따른 경제적 영향과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2년 단위로 조정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언제까지 이런 최저임금 소동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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