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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제대로 쓰자]'부정수급 타깃' 고용보조금 6조...職訓 예산은 1.7조로 줄어

<2>일자리 예산...부실한 편성

고용촉진지원금·직무장려금 등 단순보조금 36개

부정수급 부작용에 일자리·임금 증가 효과도 미흡

"산업 경쟁력 키우고 노동개혁 후 돈 풀어야 효과"

김동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세 A씨는 지난 2016년 작은 안전교육 업체에 취업했다. 정직원과 똑같이 일했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월급도 회사 계좌가 아닌 사장의 개인 계좌에서 받았다. A씨는 곧 사장의 지시에 따라 정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에 등록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취업 상태 확인이 안 돼 등록에 문제가 없었고 A씨에게도 불리할 게 없었다. 직업상담만 받아도 기본 15만원의 참여수당을 받고 마지막에는 월 30만원씩 3개월간 구직촉진수당도 주기 때문이다.

A씨가 프로그램을 이수하자 사장은 그제서야 A씨를 정식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었다. 취업성공패키지를 이수한 사람을 3개월(현재는 6개월) 이상 고용한 사업자에게 정부가 근로자 1인당 연간 600만~900만원을 지급하는 고용촉진장려금을 노린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이런 식으로 직원 9명을 구직자로 꾸며 8개월 동안 5,595만원을 챙겼다.

A씨의 사례는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장려금의 맹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려금 종류가 40개에 육박할 만큼 많아지자 ‘수수료 10~20%를 떼주면 연간 수백만원씩 정부지원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사업주의 고용장려금 부정수급을 돕는 브로커가 활개를 칠 정도다. 장려금 대부분의 재원인 고용보험의 부정수급액은 2013년 160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389억7,700만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 여건을 확충하겠다”며 일자리 예산을 늘리고 있다. 근로자 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직업훈련 예산은 줄어든 반면 단순 인건비 보조 성격이 짙은 고용장려금은 1.5배 늘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내놓은 ‘2019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5,000억원이 편성됐다. 2016년 16조5,000억원이던 일자리 예산이 2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각종 고용장려금 예산은 5조9,204억원으로 25.2%를 차지한다. 실업소득 지원(8조1,412억원·34.7%)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크다. 올해보다 무려 56.3% 늘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7,135억원), 신중년 적합직무장려금(274억원), 고용촉진지원금 등 종류만 36개다. 고용부 관계자는 “앞으로 1~2년은 베이비붐 에코 세대가 취업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청년실업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시기로 보고 민간시장의 고용 장려를 강조해 예산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투입되는 고용보조금이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눈먼 돈 빼먹기’식의 부정수급은 물론 실제 기업들이 일자리나 임금을 늘리는 효과조차 불분명하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용장려금을 못 받은 사람의 취업 기회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고용장려금이 시장이 자율적으로 창출했을 일자리를 구축하거나 보조금을 지원받은 기업과 지원받지 못한 기업의 정상적인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일자리안정자금이나 고용장려금처럼 기업에 직접 돈을 주는 정책은 기업이 보조금을 받은 만큼 근로자의 월급을 깎거나 유령직원을 만드는 식의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예산이 기업의 단순 인건비 보조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일자리와 관련해 돈을 쓴다면 개인을 교육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기업에 돈을 주는 방식은 최하책”이라며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는 오래 못 갈뿐더러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 쓸데없는 일자리만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부의 직업훈련 예산은 올해 1조8,093억원에서 내년 1조7,270억원으로 오히려 4.6% 줄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시장 개혁 등에 정부재정이 투자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과 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을 활성화하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지금 우리 경제는 산업구조가 부실화하면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인데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예산만 투입한다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며 “미래 산업 활성화, 규제·노동개혁이 되고 나서 정부 돈을 풀어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도 “중소기업과 제조업의 경쟁력을 혁신하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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