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검찰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등 이른바 ‘MB 잔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5일 1심 선고를 앞둔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거나 각종 의혹에 연루된 친인척 등의 신병처리가 속속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 전 회장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기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청탁의 대가로 22억6,230만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했으나 뇌물을 건넨 시기가 지난 2007년 1월부터 2011년 2월까지로 이미 공소시효(7년)가 지나 뇌물공여 혐의 적용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동안 계좌 추적 등 수사를 통해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넬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조만간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따른 법률상 횡령 혐의의 공소시효는 10년이어서 아직 적용이 가능하다.
또 다스 소송비 대납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방안도 내부 논의 중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다스 소송비를 대납한 시기가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여서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상태다.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나머지 인사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탓에 사법처리가 불가하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검찰은 뇌물공여 시기에 대해 김소남 전 의원은 2008년 4월,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2007년 11월, 손병문 ABC상사 회장과 지광 능인선원 주지는 2007년 12월로 파악하고 있다. 뇌물공여 공소시효가 2007년 12월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났으나 이를 적용하더라도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씨 등도 검찰이 조만간 신병처리 방안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김 여사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다스 법인카드로 4억원 이상을 결제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아들 시형씨와 사위 이상주씨도 각각 이상은 다스 회장 몫의 배당을 빼돌려 따로 관리하거나 불법자금 전달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과 조카 이동형씨도 다스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부회장을 비롯한 MB 뇌물·횡령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적절히 사법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초읽기에 돌입한 터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들 친인척에 대한 기소 등의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남은 뇌물공여자들은 물론 이들 친인척이 각종 의혹에 연루된 사실이 이 전 대통령 공소장에 그대로 기재됐다고 알려진 만큼 사법처리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 전 대통령이 이미 구속된 만큼 대부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질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현덕·조권형기자 alwa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