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서 내려놓습니다. 숨을 깊이 쉬거나 느리게 쉬려고 조절하려 하지 마시고 내가 지금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를 가만히 느끼시면 됩니다.”
흔히 명상이라면 디지털 세상을 벗어나야 가능한 수행이라고 생각한다. 템플스테이를 한다거나 조용한 수목원을 방문해야 명상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최근에는 귀에 이어폰을 꽂으며 지하철에서 명상을 한다거나 거실에서 TV를 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디지털 명상이 확산되고 있다. 바쁜 현대인의 취향을 반영해 명상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마보’는 유료 구독자가 6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보는 ‘마음보기연습’의 약자인데 국내 최초로 마음챙김 명상 앱을 표방한다. 마보 측은 “마음챙김 명상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온전히 알아차리는 정신적 훈련”이라며 “종교적이거나 영적인, 신비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마치 운동을 하듯 하루하루 개발할 수 있는 마음의 습관”이라고 설명한다. 과학적이고 실용적이면서 종교적 색채를 지웠다는 것이다. 마음보기 훈련은 뇌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효과를 입증하고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도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앱은 단순한 명상뿐 아니라 주의력 집중훈련 과정도 마련돼 있고 ‘화났을 때’ ‘우울할 때’ ‘불안할 때’ 등 기분 상황에 따른 맞춤형 명상도 제공한다. 명상을 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앱에서 질문도 할 수 있어 이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것도 눈에 띈다.
집 안 거실에서도 이 같은 디지털 명상은 인기를 끌고 있다. KT가 출시한 ‘기가지니 명상 서비스’는 최근 주부와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T는 명상 서비스 플랫폼 ‘마음챙김’ 앱에서 제공하는 400여개의 콘텐츠를 인공지능(AI)TV 기가지니로 제공하고 있다. 기가지니에 ‘명상 실행해줘’라고 말하면 TV 화면에 구현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명상을 재생하면 국내 유명 화가 9명의 작품이 화면에 나와 눈도 즐겁게 해준다. 영상 콘텐츠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어린이 명상, 학생을 위한 명상, 주부를 위한 명상 등 가족 특성에 맞는 구성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 오늘의 명상 등 다양한 테마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좀 더 전문적인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은 명상 전문가가 엄선한 30일 프로그램을 구독해 이용할 수 있다. 개인별 맞춤형 명상을 할 수 있도록 꾸며진 만큼 거실에서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KT 측은 연말까지 명상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이용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명상 서비스와 AI의 결합은 최첨단 서비스와 인문학의 만남 같은 이벤트”라며 “바쁜 현대인들은 명상을 위해 도시 밖으로 이동할 시간이 부족한데 디지털 명상 프로그램이 명상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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