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양아 출신인 조아킴 손포르제(35) 프랑스 하원의원이 신당을 창당했다. 미국·유럽 등 서구 국가로 입양된 한국계가 정당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포르제 의원은 2일(현지시간) 주간지 렉스프레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JSFee’라는 이름의 정당을 창당했다며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 후보자들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명 ‘JSFee’는 ‘나는 프랑스인이자 유럽인이다(Je suis francais et europeen)’라는 문장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손포르제 의원은 “우리 사회 엘리트 계층의 모범성을 옹호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며 “정부지출과 국가의 역할을 줄이면서 오랫동안 프랑스의 자랑이었던 유머와 엉뚱함이라는 프랑스적 문화를 옹호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EM)’ 소속이었던 그는 지난해 12월 야당의 여성 상원의원에 대해 성차별적인 내용의 글을 잇달아 올려 당 징계위원회에 넘겨지자 탈당했다. 당시 손포르제 의원은 에스테르 방바사 녹색당 의원을 향해 “당신은 화장품을 들이부으면서 당신이 어설프게 풍자하려는 바를 몸소 보이고 있다. 그게 지금 안 느껴지느냐”고 공격했고 집권당은 “당신(손포르제)의 발언과 태도는 용인될 수 없다”며 징계를 요구했다. 이날 손포르제 의원은 자신이 몸담았던 LREM에 대해 “늙은 정당”이라며 “민간에서 의원들을 뽑아놓고 민간의 일을 설명할 기회도 얻지 못하게 하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집권당의 정실주의를 비판했다.
관련기사
손포르제 의원은 이번 설화 외에도 트위터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온라인에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거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설정의 자기 사진을 올리는 그를 프랑스 주류 언론들은 악동 이미지로 소화하고 있다. 앞서 손포르제 의원은 지난해 12월9일 프랑스 최대의 사회문제로 부상한 ‘노란 조끼’ 시위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을 조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그에게 ‘f**k you’라고 말하고 인터넷을 끊어버리고 약을 줄 사람 없나. 치매 노인 도널드, 내 조국을 능멸하지 마라 이 멍청아”라고 욕설을 퍼부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프랑스 네티즌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그에게 인종차별적인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손포르제는 지난 1983년 7월 서울 마포구의 한 골목에서 경찰관에게 발견돼 이듬해 프랑스로 입양됐으며 프랑스의 최고 명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인 파리고등사범학교(ENS)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했다. 이후 스위스 로잔에서 의사로 일하던 그는 2017년 6월 프랑스 총선에서 집권당 소속으로 출마해 스위스·리히텐슈타인 해외 지역구에서 34세의 나이로 당선됐으며 원내에 진출한 뒤에는 하원 불한의원친선협회장도 맡으며 한국과 프랑스의 가교 역할을 맡아왔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