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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인문학' 펴낸 김동훈씨 "소비자 욕망·취향 파악, 철학에 답 있다"

"철학적 가치관 지닌 명품 브랜드

수백년간 많은 이들에 사랑받아

기업도 인문학 계속 탐구한다면

오래도록 살아남는 제품 만들 것"





“수백년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품 브랜드에는 무의식적으로 이끌리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철학적인 가치관이죠.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하는 기업에서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에 숨어 있는 가치관과 예술적인 욕망을 철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한 ‘브랜드 인문학(민음사 펴냄)’을 최근 펴낸 작가 김동훈(사진)씨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업에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기업에서 착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주력하는데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주제의식이 없다면 고객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면서 “사람들의 무의식에 숨어 있는 욕망과 취향을 제품에 반영해 상품에 이끌리도록 해야 한다. 바로 철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문학을 연구하고 책을 쓰는 인문학자로 서울대·고려대·기업 등에 강연도 나간다.

그리스 철학을 전공한 고전학자가 욕망과 소비를 말하는 이유는 명품 브랜드의 소비가 더 이상 과소비나 사치의 주범이 아니라는 명제다. 그가 브랜드를 연구하게 된 것은 10여년 전 모 백화점의 임직원 교육을 맡으면서 소비와 가치관, 그리고 취향에 대한 철학적 근거를 찾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생명력이 길고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매력, 상품을 동일시하고자 하는 욕망의 결핍을 부르는 그 무엇인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그는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철학을 현대철학자인 들뢰즈의 욕망감각으로 해석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과 매력을 풀어나갔다. 그 가운데 그는 취향이야말로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취향은 선택의 자유에서 비롯된다. 고대로부터 귀족과 왕족의 전유물이었던 ‘선택의 자유’는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사회가 형성된 후 시민들에게로 확산되면서 대중화됐다. 김 작가는 “취사선택을 하려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야 하지만 당시 신흥부자들은 귀족의 취향을 무작정 따라 하기 바빴다”면서 “프루스트는 이를 속물주의(snobbism)라고 했다. 당시 취향은 고급스럽지만 돈이 없는 귀족과 갑자기 부자가 된 부르주아 계층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모방하고 결혼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신흥부자들이 그들의 취향을 만들게 됐다. 그 뒤에는 예술과 철학적 근거가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취향을 찾는 것은 ‘나답게 살기’의 시작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취향을 찾으려면 감각 자극이 열려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생활이 여유로워야 한다. 피로사회에서는 취향을 찾기보다는 기성세대의 획일주의에 휩쓸려 내가 누구인지를 모른 채 무작정 욕망을 키워가게 된다.”

그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기성세대의 무취향적 라이프스타일을 거부하고 자신의 취향을 찾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반격이라고 말한다. 김 작가는 “취향 발견은 나를 사랑하고 타인에게 애정을 갖는 것”이라면서 “나를 사랑하는 섬세한 결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삶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각자의 취향을 찾아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책은 프라다·지방시·발렌시아가·아마존·스타벅스·샤넬·티파니 등 이른바 세계적인 브랜드의 탄생, 각각의 브랜드 뒤에 잠재돼 있는 욕망과 철학적 가치관, 그리고 예술적인 근거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는 교양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최근의 사회적 변화에 대해 “지식으로만 인문학을 공부한다면 생활 속 인문학의 실천이 어렵다. 교양적 지식과 더불어 인간애를 갖춰야만 인문학 공부가 완성된다”면서 “기업에서 인문학을 지속적으로 공부한다면 브랜드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오래 살아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취향을 찾고자 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노하우도 소개했다. 김 작가는 “과거 명품을 사는 이유는 열등감에서 비롯됐다. 짝퉁이라도 들고 다녀야 부끄럽지 않다는 잠재된 무의식이 발동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정확한 취향과 욕망을 발견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세대가 등장했다. 그들을 된장녀·명품족이라고 비하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먼저 간접적인 경험을 위해 독서를 하면서 자신과 코드가 맞는 욕구를 발견하고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글쓰기를 통해 이를 확인한다면 남들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속물주의를 벗어나 나만의 고유한 취향을 개발해나갈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남을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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