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얘기된 국정목표는 ‘포용’과 ‘혁신’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포용이란 모든 계층이 성장의 혜택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혁신이란 성장동력을 더욱 제고시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포용과 혁신은 결국 분배와 성장이라는 기존의 전통적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런 점에서 정부의 목표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의 IMF 보고서 ‘성장 혹은 포용?’에서도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파이의 크기만이 아니라 파이의 분배에 미칠 효과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포용적 성장이라는 개념이 강조되는 것은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불평등과 양극화의 대표적인 예로서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정부·기업의 발전 전략에 따라 소수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과 불공정거래로 중소기업들의 수익성이 최저 수준까지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기업이 수요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낮추거나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용·탈취한다는 비판이 이에 해당한다. 만일 이처럼 양극화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의한 것이라면 정부가 직접 개입해 대기업의 독점이익을 중소기업으로 반환시킴으로써 양극화를 줄일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수요독점은 시장의 실패에 해당하므로 정부의 개입을 통해 파이의 분배만이 아니라 파이의 크기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대기업·중소기업 하청관계가 대기업에만 유리한 수요독점에 해당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수요독점과 구매자의 힘’에 의하면 구매자가 수요독점이 아니라 단지 협상력이 높은 경우에도 납품업체의 단가를 낮출 수 있으며 이 경우 단가 하락은 오히려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실제로 수요독점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독점가격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따라서 독점에 대한 직접 규제보다는 독점적 관계 자체가 해소될 수 있도록 납품업체들의 판로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를 도와주는 정책이나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법률지원을 제공하는 정책 등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한편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 여부와는 별도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으로 포용적 성장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성과 혁신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나 인력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혁신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이나 각종 보조금의 지원이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역시 현실은 이론만큼 간단하지 않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속성상 금리 및 지원조건이 시중보다 유리하므로 자금의 인위적 배분이 불가피하며 그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성과를 분석한 대부분 연구들은 정부의 지원 결과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이 잔존하게 됨으로써 중소기업 부문 전체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불평등 관계하에서 중소기업에 지원이 이뤄질 경우 그 혜택이 소위 ‘빨대 효과’를 통해 대기업으로 이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의 실패만이 아니라 정부의 실패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포용적 성장의 표방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부 정책들의 내용을 보면 성장보다는 포용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포용과 혁신에 모두 부합하는 정책들이 보다 신중히 개발되고 진정한 포용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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