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8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후배 법관에게 구속심사를 받는 첫 사법부 수장이 나오게 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달 초 한 차례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도 다시 청구했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2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3차례 피의자 신문을 포함해 전날까지 모두 5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조사 때부터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서 열람을 포함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양 전 대법원장이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며 “징용소송 재판개입 등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 혐의들에서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주도한 사실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되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헌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는 점, 양 전 대법원장이 전·현직 판사 다수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점 등을 감안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지시를 받고 실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형평성도 고려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임 전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헌법에 반하는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징용소송 ‘재판거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관련 소송, 옛 통진당 의원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구속영장에 서기호 전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 개입한 혐의도 추가됐다.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던 2014∼2016년 재직한 박 전 대법관이 받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는 30개 안팎에 달하며, 대부분 양 전 대법원장과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은 260쪽으로 임 전 차장(230여 쪽)보다 분량이 많고, 박 전 대법관의 두 번째 구속영장도 200쪽에 달한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전담판사가 지적한 부분을 깊이 분석하고 그 취지에 맞게 추가 수사를 통해 충실히 보완했다”며 “혐의의 중대성과 추가로 규명된 범죄 혐의를 고려할 때 영장 재청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일반적인 미체포 피의자 심사 일정에 준해 오는 22일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범죄 혐의와 수사기록이 방대한 점을 감안해 하루이틀 늦게 기일이 지정될 가능성도 높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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