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각] 희망퇴직 비용 1조원은 어디서 나왔나

황정원 금융부 차장

황정원 금융부 차장




법으로 정년 60세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도 은행원들의 정년은 사실상 만 56세다. 임금피크제에 진입하는 시점이 되면 99%가 더 고민하지 않고 희망퇴직을 택한다. 최대 39개월치 급여에 학자금·전직지원금을 합하면 4억~5억원을 손에 쥐니 굳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몇 년 더 있어봐야 달라질 것도 없어 고민 끝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했다.

연말 연초 사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만 2,000명이 은행을 떠났다. 은행마다 매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은행원들이 나가는 것이 이제는 정례화돼버렸다. 일부 직원들은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하기를 바랄 정도다.

임금피크제는 지난 2016년 만 60세로 정년이 연장되면서 고용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노동자는 단계적으로 임금이 줄더라도 보장된 정년까지 직장에 적을 두고 대신 기업은 절감한 인건비로 청년 신규 채용을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임금피크제의 기본 원칙은 사라졌고 조기 퇴직 수단으로 변질됐다. 오히려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면서 아버지 세대를 내보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은행의 입장에서는 디지털뱅킹 보편화에다 지점을 찾는 고객도 줄어드는데 자연스럽게 고임금 노동자들을 줄일 수 있어 이를 반기는 속내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여론은 굉장히 불편하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은행들이 특별퇴직금 혜택을 매년 확대하니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이자이익이 커졌다고 연말 300%의 성과급(보로금)을 지급하고 3년치 연봉 이상을 희망퇴직 비용으로 주니 ‘그들만의 실적잔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들이 이번에 들이는 희망퇴직 비용을 모두 합하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늘어난 예대마진으로 매년 은행별 수천억 원씩을 쓰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일까.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에 신규 채용은 유지해야 하고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손충당금도 늘어날 텐데 앞으로 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금융권에서 희망퇴직으로 한몫 챙겨 나가는 모습에 국책은행과 공공기관들도 희망퇴직을 시행하자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호봉제를 대체해 직무급제를 적용하자는 논의는 수년 째 외면하면서 국민 세금을 더 들여 위로금을 달라는 주장이다. 올해부터 정부가 지급하던 임금피크제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월급을 적게 받고 직장을 더 다니느니 웃돈을 받고 먼저 나가겠다는 심리인 셈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정부가 그렸던 ‘청년과 장년층이 상생하는’ 아름다운(?) 그림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정년 60세는 법 조항에만 있을 뿐 현실과의 괴리는 크다. 이쯤 되면 임금피크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은행들이 임금피크제라는 명목 하에 이자이익으로 1조원의 희망퇴직 비용을 들이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