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롭테크(부동산+기술·Proptech)’가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소비자의 자산관리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프롭테크로 아파트 자산관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 서비스기업인 집펀드의 남성태(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핀테크 기술지원센터에 열린 ‘핀테크와 부동산’ 강연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부동산도 디지털 기반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정보기술(IT)을 부동산에 접목해 자산 가치를 높여주는 산업을 일컫는다. 집펀드는 AI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인 ‘집어드바이저’를 개발했다. 주로 주택 관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수익률을 분석해주고 부동산 관련 재무설계나 자산관리를 돕는다.
남 대표는 “그동안 은행 프라이빗뱅커(PB) 등에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관리해준 데 반해 집펀드는 아파트가 주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집펀드는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를 데이터로 활용한다.
그는 “가령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은행 담보대출을 받은 소비자는 어떤 리스크가 발생하는지 등 정보를 복잡하지 않고 손쉽게 받아야 한다”며 “앞으로 정보제공을 넘어 아파트 매입매도 자문이나 중개까지 사업영역을 넓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가 4년 전 창업에 도전했을 당시에도 프롭테크는 생소했다. 부동산은 온라인 전환이 가장 더딘 시장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는 강연에서 “부동산은 태생적으로 오프라인 시장”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입지를 최고로 꼽는 부동산 투자의 철칙도 흔들릴 만큼 변화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집이나 상가의 접근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역세권’ 개념도 희미해질 것”이라며 “가상현실(VR) 기술 등이 접목되면 직접 가지 않고도 물건을 살 수 있게 돼 목 좋은 곳이 아닌 뒷골목의 점포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부동산대학원을 졸업한 남 대표는 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 등에서 부동산 컨설턴트로 경험을 쌓은 후 지난 2015년 집펀드를 세웠다.
그는 부동산이 IT·금융과 만나면서 디지털전환의 큰 흐름을 타고 있으며 프롭테크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알리바바는 주택 임대신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인 신용도 평가만으로 보증금까지 면제해주는 ‘스마트 임대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9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국 프롭테크 스타트업 ‘오픈도어’에 4억달러(약 4,500억원)를 투자했다.
남 대표는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워낙 광범위하고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한 규제 등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우리도 부동산과 핀테크의 융합·통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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