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사죄하고 배상하라!”
병상에서도 끝까지 이 말을 외쳤던 김복동(93)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 정부를 향해 진심 어린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다 28일 유명을 달리했다. 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 사람씩 명을 다해가는 상황에서 고령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활동하셨다.
김 할머니는 만 14세인 1940년 위안부로 연행돼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를 끌려다니며 온갖 고초를 겪고 해방 후 1947년에야 귀향할 수 있었다. 이후 1992년 3월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하며 첫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세계인권대회 등에 참석하는 등 국제사회에 피해사실을 알리며 꾸준히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특히 김 할머니는 참혹한 전쟁 피해를 온몸으로 생생하게 겪은 당사자였기에 위안부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외 다른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도 보여줬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 당시 피해자들을 돕는 모금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유엔인권이사회와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 각국으로 해외 캠페인을 다니며 전시 성폭력 반대운동에 참여한 공로로, 김 할머니는 2015년 국경없는기자회로부터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재일 조선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포항 지진 피해자를 돕는 일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가 하면, 단체들로부터 받은 상금을 외국 성폭력 피해자들의 지원활동에 기부하는 등 과거 자신이 겪은 상황과 같은 고통을 받는 이들을 지원하는 데 앞장섰다.
이렇게 김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은 물론 국제적인 전시 성폭력 반대운동에 앞장선 기념비적 인물로 평가된다.
/변문우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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