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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안된 산후조리비 지원 '우후죽순'

2017년 협의서 부동의 결정 불구

올 지자체 7곳 신설...446억 달해

소득·사용처 상관없이 현금 지급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출산을 늘리겠다며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료를 포함한 산후조리비용 지원금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올해 지원사업을 신설한 지자체 7곳의 예산만 446억원에 달한다. 모두 출산장려금과 마찬가지로 현금을 더 쥐어주는 사업이다. 정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산후조리에 대한 공적 지원의 타당성이 불확실하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지자체의 선심성 복지 확대 물결에 조정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보건복지부의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실적’을 전수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월 지자체가 신설·변경을 요청한 산후건강관리 지원사업 총 71개 가운데 55개가 협의 완료돼 올해부터 시행 또는 준비에 들어갔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자체가 복지 사업을 확대하려면 복지부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이 중 10개가 지자체에 주소지를 둔 산모에게 산후조리비 지원 명목으로 1인당 현금 30~100만원을 주는 사업이다. 광주 서구 한 곳만 제외하고 전부 소득 수준이나 아이 수, 산후조리원 이용 여부 등과 무관하게 정액 지원한다. 대부분 지자체장들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면서 도입됐다.

정부는 2017년까지만 해도 국가가 산후조리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인 지난 2016년 공공산후조리원을 만들고 민간산후조리원 이용료를 지원하는 ‘성남형 산후조리비’ 사업을 들고 나왔을 때 복지부는 ‘불수용’ 방침을 고수했다. 국가가 이미 시행 중인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이나 출산장려금을 확대하면 된다는 논리였다.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그해 보고서에서 “의료기관과 가정이 아닌 별도 기관에 의해 제공되는 산후조리 서비스가 임신과 출산의 필수 서비스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민간산후조리원 이용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7년 협의에서는 6개 지자체가 신청한 산후조리비용 지원사업에 모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런 원칙은 이번 정부 들어 뒤집혔다. 정부가 지자체 사업에는 되도록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우선하면서 올해부터 산후조리원 이용료, 산후조리물품·음식 구입비 등을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는 총 423억원을 들여 모든 출산가정에 아이 1인당 50만원의 산후조리비를 지역화폐로 주기로 했다. 강원 횡성군은 100만원, 충남 청양군은 80만원을 준다. 산모의 주소지만 해당 지자체로 돼 있으면 조건 없이 받을 수 있고 어디에 쓰든 제한이 없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복지부 협의 과정에서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료를 명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있어 산후조리원 입원비용은 대외적으로 지원 범위에서 제외했다”면서도 “실제 이용 내역을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출산장려금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 정책으로서 일회성 현금 지급은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지난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출산 정책의 최우선순위로는 일·생활의 균형(23.9%), 주거 여건 개선(20.1%)이 꼽혔다. ‘출산 지원(13.8%)’은 네 번째에 그쳤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민간산후조리원 비용 지원은 공공의 돈이 민간 업자들에게 가는 것이어서 외부전문가 사이에서는 반대가 많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원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들도 공약 경쟁에 길을 잃은 상황”이라며 “정책적 선택이 아닌 정치적 선택이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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