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창현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가 문어 빨판을 모사한 고점착 패치 소개 기술 개발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4월 수상자에 선정됐다.
방 교수는 문어 빨판의 미세 돌기가 물속 환경에서도 흡착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를 응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탈부착이 가능하고 표면에 오염물을 남기지 않는 신개념 패치 소재와 그 제조공정을 개발했다. 문어 빨판 모사 패치는 물이나 실리콘오일 속 유리 표면, 습한 피부 등 다양한 표면 환경에서 모두 높은 점착력을 보였고 1만회 이상 반복 탈부착 실험에서도 성능을 유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에게는 과기정통부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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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문어빨판 응용, 의료·반도체 청정패치 개발
■방창현 성균관대 교수
접착력 센 문어빨판 미세돌기 본떠
젖은 곳서 1만번 붙였다 떼도 ‘착’
창상 치료 패치·장기 봉합에 적용
세대를 초월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지고 있는 스파이더맨. 손에서 멋지게 거미줄을 쏘아대며 빌딩 숲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그가 내뿜는 거미줄은 어디든 착착 달라붙는다. 마치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처럼 자유롭게 탈·부착이 가능한 점착 소재는 없을까.
방창현(40)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가 문어 빨판의 독특한 3차원 구조를 밝히고 이를 모사해 화학 접착제 없이 탈·부착이 가능한 청정 패치 소재를 개발했다. 이 공로로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4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도마뱀·개구리·달팽이 등 동물을 연구하는 그는 이번에 문어 빨판에 주목했다. 문어는 물속에서도 빨판을 대고 어디든지 잘 붙는다. 바로 빨판에 촘촘히 난 미세 돌기가 물속에서 흡착력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전자빔 가공 등에 비해 공정이 단순한 용액공정을 썼다. 공초점 현미경으로 미세 입체구조 내부에서 물 분자가 거동하는 형태를 관찰, 증명하고 수학적 모델을 통해 검증했다.
마침 반도체 공정과 의료용 소재·소자 산업이 발전하면서 청정한 점착 소재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조하거나 습한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하고 굴곡진 피부 표면에도 부착해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진단·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기존 화합물 기반의 접착제는 습한 표면 환경에서 점착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반복적인 탈·부착이 어렵다. 소재 표면에 오염과 손상을 일으키는 단점도 있다. 높은 청정도를 요구하는 반도체 공정과 피부에 직접 붙이는 의료 패치로는 한계가 있다.
방 교수가 개발한 패치는 물이나 실리콘 오일 속 유리 표면, 습한 피부 등 다양한 표면 환경에서 모두 높은 점착력을 유지한다. 1만회 이상 반복적으로 탈·부착해도 성능을 유지했다. 점착 표면에 오염물도 남기지 않는다. 실제 실리콘·유리·피부 등의 표면에서 수분 환경에서 세계 최고의 성능을 보인다. 피부에 안정적으로 점착해 창상 치료 패치, 장기 봉합을 위한 점착기술, 세포조직공학과 결합된 고효율 치료용 패치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
앞서 그는 벽에도 자유자재로 붙는 도마뱀의 피부 표면 미세 나노돌기를 연구했다. 나아가 문어 빨판과 개구리 발 등을 정교하게 모사해 웨어러블 센서 소자의 부착기술에 응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피부 또는 장기에 부착해 생체신호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다.
방 교수는 “앞으로 청정 전자 소재 산업과 의료용 패치, 진단 치료용 착용형 기기, 장기 조직 봉합 및 치료용 패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논문은 2017년 6월 네이처에 실렸다.
다만 상용화 과정을 거쳐 대량생산이 이뤄지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해야 해 3~5년은 소요될 것으로 방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기업과 기술이전도 협의하고 있다. 파생된 연구도 많이 진행하고 있지만 완벽한 기술을 구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시간을 두고 연구실 창업도 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관련 인터뷰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다재다능 문어 팔 연구…新산업·의료시스템에 적용할 것”
■방창현 성균관대 교수
“개구리 발·달팽이·곤충 더듬이
자연비밀 탐구해 실생활에 응용”
“자연은 연구할수록 끊임없이 새로운 지혜를 줍니다. 경외감과 겸손함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자연의 비밀을 탐구하며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4월 수상자인 방창현(40·사진)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어 빨판을 넘어 다재다능한 문어의 팔을 모사해 새로운 산업과 의료시스템을 개발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에 그는 문어 빨판을 모사해 의료·반도체용 접착 신소재 기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학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를 다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포닥(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지난 2014년 모교에 부임했다.
그는 동물과 식물의 흥미로운 미세 표면 구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모사하고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개구리 발, 문어 촉수, 달팽이 등의 점착시스템과 곤충의 더듬이 센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 특히 문어는 자유롭게 촉수를 움직이며 주변의 힘과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의 흥미를 더한다. 앞서 도마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벌였다. 방 교수는 “지구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해온 자연계의 생존방식은 창의적 혁신을 꾀할 때 많은 영감을 준다”며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위한 다양한 의료용 소재나 소자 개발 연구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박사과정 지도교수이신 고(故) 서갑양 교수님을 항상 본받으려고 노력한다. 열정적으로 학문에 정진하셨고 학생의 가능성과 창의성을 키워주시려 노력했다”고 추모했다. 그는 이어 “제 연구팀이나 학생, 어린이들도 과학을 즐기고 꾸준히 탐구하는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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