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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르노삼성 노조 공멸을 선택하나

이재용 산업부 차장





르노삼성자동차 노사의 극한 대립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오십여 차례나 파업을 벌였고 그에 따른 매출 손실만 2,500억원에 이른다. 파업 여파로 르노삼성의 올 1·4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6%나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계속되는 파업으로 향후 르노삼성의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점이다.

계속되는 파업에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자 일본 닛산은 르노삼성에 위탁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물량 가운데 2만4,000대를 일본 규슈공장으로 돌렸다. 오는 9월부터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아예 끝난다.

르노삼성은 내년에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신형 SUV ‘XM3’의 유럽 수출물량을 따내 로그의 공백을 메운다는 복안이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서 르노 본사가 XM3의 유럽 수출물량을 스페인공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올해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되고 내년 XM3 유럽 수출물량도 배정받지 못하면 르노삼성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조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당초 요구한 임금 인상안이 합의점을 찾아가자 작업 전환배치 시 노조 합의 등 사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새로운 요구안을 내놓으며 판을 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르노삼성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며 한때 노사 상생의 모범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민주노총 금속노조 체제로의 전환을 공약으로 내건 현 노조 지도부가 들어선 뒤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노사 분규 장기화에 책임을 지고 최근 회사를 떠난 이기인 르노삼성 부사장은 “부산공장의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고용과 회사의 존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구조조정에 온 힘을 쏟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 업계만 극심한 노사 대립에 발이 묶인 형국이다. 기업이 망하면 임금 인상은 물론 고용 안정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르노삼성 노조는 명심해야 한다. 기업을 살리는 일에는 노와 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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