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분열되고 있다. 7개월째 이어진 장기파업에 지친 노조원 절반이 파업 불참을 선언했다. 일부 작업장에서는 ‘노노(勞勞) 갈등’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6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지난 15일 주·야간 4시간씩 벌인 노조의 파업집회 참가율은 58%에 그쳤다. 10일 70%에 달했던 파업집회 참여율이 12일에는 62%로 내려앉더니 이제는 50%를 간신히 넘겼다.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가 줄어든 것은 쉰여덟 차례나 이어진 부분파업에 임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다 파업 때문에 르노본사가 오는 9월 이후 신규 생산모델을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에 노조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생산절벽에 직면한 르노삼성이 이달 29일부터 나흘간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는 상황이다.
노조원 일부에서는 이러다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그(르노삼성이 수탁생산하는 닛산 SUV)의 후속물량 배정이 연기되며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로그 수탁계약이 9월 끝나는데 아직도 그 이후에 뭘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로그 후속물량이 배정되지 않으면 생산량은 반토막이 난다.
닛산은 이와 별개로 올해 맡기기로 한 로그 물량을 40%(10만대→6만대) 줄였다.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XM3의 유럽 수출분을 다른 공장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공장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다.
강경투쟁만 고집하는 집행부를 향한 불만도 쌓이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조합원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노조는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개별 기업 노조다.
노조 집행부에서는 부랴부랴 조합원 단속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12일 발행한 ‘쟁의지침’을 통해 “임단협 타결금은 지침 위반 횟수에 따라 반드시 차등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통상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마무리되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명목의 일시금을 지급하는데 파업 불참자는 일시금 일부를 못 받게 하겠다는 의미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무슨 권한으로 특정 직원에게 일시금 일부를 주지 않겠다고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행부는 15일부터 파업 불참자 처벌을 위한 징계규율위원회를 열고 있다. 집행부의 노력에도 파업 불참률은 계속 높아질 조짐이다. 일부 조합원은 익명 게시판에 노조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한 직원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파업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은 “집행부가 조합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노조가 지금처럼 폭주하면 이탈하는 조합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17일과 19일로 예정된 부분파업 참가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업 참가율이 50%를 밑돌면 집행부가 더 이상 파업을 하겠다고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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