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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8·6·5·4·3'…신기록 낳은 文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기

전 정부 탄핵 여파…역대 최다, '8명' 임명

'진보6-중도2-보수1'로 진보 정족수 채워

중앙亞·유럽 순방중 전자결재로만 '5명' 임명

여야 대치로 국회 동의 못받은 '4명'

31년 역사상 최초의 '3인 여성 체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중앙아시아 순방 중에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전자결재로 재가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새로운 ‘9인 체제’로 재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에도 입증됐듯이,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임무를 맡은 사법기관이다. 위헌법률 심사, 탄핵 심판, 정당의 해산 심판, 헌법소원 심판, 국가기관 사이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등이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진다.

그런 만큼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총 8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지만 야당은 지나치게 편향된 인사라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구성한 헌법재판소는 앞으로 우리나라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게 될까. 국가보안법, 사형제, 동성혼 등 사회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수많은 이슈들이 새로운 헌법재판소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헌법재판관 인사는 각종 신기록을 낳은 만큼 취임 2주년을 목전에 둔 문재인 정부의 헌법재판관 인사를 ‘8·6·5·4·3’이라는 숫자 키워드로 돌아봤다.

◇역대 최다 ‘8명’ 임명=문재인 정부 들어 8명의 헌법재판관이 임명됐다. 역대 최다다. 이번 정부에서 유독 헌법재판관 임명이 잦았던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돼 임기를 미처 다 끝내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기 때문. 취임 2년이 채 안된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헌법재판관은 유남석·이종선·이영진·김기영·이석태·이은애·이미선·문형배 재판관, 이렇게 총 8명이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신임 재판관인 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은 문 대통령이 지명했고, 이종선·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국회 추천을 받았으며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해 문 대통령이 임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마지막 헌법재판관인 서기석·조용호 전 재판관이 이미선·문형배 재판관과 ‘바톤터치’를 하면서 헌법재판소에 남은 전임 정부 임명 헌법재판관은 딱 한 명, 이선애 재판관 뿐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추천 몫이었던 이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4월, 지금은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했다.



◇‘6명’이 진보성향=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의 합류로 헌법재판소는 진보 색채가 더 짙어졌다. 법조계에서는 ‘진보4-중도2-보수3’에서 ‘진보6-중도2-보수1’로 헌법재판소가 ‘좌측 깜빡이’를 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4-2-3’ 배치였던 직전 헌법재판소는 나름대로 ‘이념의 균형점’을 이뤘다고 평가받는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유남석 헌재소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이은애 재판관, 또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이었던 김기영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선애 재판관과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은 중도로, 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과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은 보수로 분류됐다. 하지만 ‘보수’인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퇴임하고 그 자리를 진보성향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채우면서 이 ‘균형점’이 깨졌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무게추가 좌측으로 옮겨감에 따라 군 동성애 처벌이나 사형제 폐지 판결 등에서 이전보다 전향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19일 오후(현지시간) 우즈엑스포전시장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해외에서 임명한 ‘5명’=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전자결재로 임명한 재판관도 5명이나 된다. 대통령이 머나먼 타국에서 전자결재까지 하며 임명을 서두르는 이유는 헌법재판소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미선·문형배 재판관에 대한 재가는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고 있을 때 이뤄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들 재판관을 임명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해에도 세 명의 재판관이 전자 결재로 임명됐다. 바로 국회 추천 몫으로 임명된 김기영(민주당 추천)·이종석(한국당 추천)·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들이다. 유럽 순방을 떠났던 문 대통령은 이탈리아에서 재판관 3명의 임명를 재가했다.



당시 상황도 급박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추천했던 김기영·이종석 재판관의 ‘위장전입’ 논란으로 여야가 극렬히 대치했고, 청문보고서 채택은 물론 본회의 표결조차 무산됐다. 헌법재판관 9명의 3분의 1에 달하는 3명이 임명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상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해야만 사건을 심리할 수 있지만 3명의 임명이 늦어져 ‘6인 체제’가 이어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국회의 책무 소홀이 다른 헌법기관의 공백 사태를 초래하고 국민의 헌법적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는 상황을 조속히 해소해주기 바란다”고 국회를 꾸짖기도 했다. 결국 여야는 극적 타결을 이뤄 2018년 10월, 해당 안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탈리아 로마에 있던 문 대통령은 이들을 즉시 임명했다.

홍영표(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나경원(오른쪽)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헤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4명’의 청문보고서 채택無=문재인 정권 후 교체된 헌법재판관 8명 중 4명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그만큼 임명 과정에서 여야 갈등의 골이 깊었다는 의미다. 가장 최근에 임명된 이미선·문형배 재판관도 청문보고서를 채택 받지 못하고 임명이 강행됐다. 이들이 ‘無청문보고서’의 오명을 받게 된 것은 이미선 재판관의 ‘주식 과다보유 논란’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미선 재판관이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와 함께 호재성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주식을 집중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이들 부부가 보유한 총 재산의 83%에 달하는 35억여 원 어치 주식 중 이미선 재판관과 그 남편이 각자 재판을 맡았던 기업과 관계된 주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미선 재판관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고, 결국 이미선 재판관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문형배 재판관에 대해서는 야당도 ‘적격’ 판단을 내렸지만 함께 후보자로 지명된 이미선 재판관에 발목이 잡혀 졸지에 청문보고서 채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석태·이은애 재판관도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이진성 전 헌재소장과 김창종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들 재판관은 한국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야당은 이석태 재판관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고, 민변 회장· 참여연대 공동대표까지 역임했다며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은애 재판관도 8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도덕성 문제에 발목을 잡혔지만 문재인 정부가 임명 강행을 결정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입성하게 됐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취임식에서 이미선 신임 헌법재판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명 중 ‘3명’이 여성=헌법재판소 31년 역사상 최초로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이 여성으로 구성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역대 헌법재판관 중 여성은 이번에 임명된 이미선 재판관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금녀의 벽’이 공고했던 곳이지만 이번 정부에서 3분의 1이 여성으로 채워지는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 2003년 전효숙 전 재판관이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관’이라는 타이틀을 단 이후 2011년 임명된 이정미 전 재판관이 여성 헌법재판관의 명맥을 이었다. 이정미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지난 2017년 이선애 재판관이 임명됐고, 2018년 임명된 이은애 재판관에 이어 이미선 재판관이 ‘5번째 여성 헌법재판관’이 된 것이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서·오·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대를 나온 50대 남성 판사’가 주류를 이뤘다. 일각에서 우리 사회의 보다 많은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인적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온 만큼 ‘여성 재판관 3인 체제’를 이룬 이번 헌법재판소가 여성인권 신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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