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내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만의 정치 간섭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만 정부가 최근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인기 동영상 서비스 아이치이를 불법영업혐의로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8일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텐센트 계열 동영상 서비스의 자국 진출도 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통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인터넷 기업을 통해 대만 여론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 통일여론을 조성하려 한다는 위기감이 배경이다.
대만의 중국 담당부처인 대륙위원회의 추추이정 대변인은 “중국 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디어가 대만의 문화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동영상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집어넣을 수도 있다”며 “당국이 지난 3월 아이치이가 대만에서 불법영업을 하는 사실을 적발,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조사를 최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치이는 중국 유수의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의 계열 기업이다. 드라마와 버라이어티쇼, 뉴스 등의 프로그램을 무료 또는 아주 싼 값으로 서비스해 월간 5억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하는 등 거대 미디어로 성장했다. 아이치이는 작년 3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도 상장한 유력 기업이다.
대만은 안보 등의 관점에서 중국 동영상 서비스 기업의 진출을 법으로 금지했다. 아이치이도 2016년 대만에 진출하려다 대만 당국의 거부로 실패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최근 대만에서 200만명(대만 전체 인구 2천350만) 규모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존재감이 커진 이유는 대만기업이 계약을 맺고 영업을 대행하는 편법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대만 당국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텐센트 산하의 유력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텐센트비디오도 같은 수법으로 대만 진출을 추진하다 당국의 감시망에 적발돼 진출이 좌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잉원 대만 정부는 중국이 인터넷을 통해 내년 1월 총통 선거에 개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첨단기기 규제에도 나서고 있다. 비밀정보를 빼내거나 스파이행위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기업의 제품을 공공기관 등에서 쓸 수 없도록 했다. 대만 정부는 적용 대상기업을 망라한 블랙리스트를 이르면 7월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