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예비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신영증권이 출자승인 신청을 하는 한편 본격적으로 직원 채용에 나서는 등 신탁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사가 영업을 시작하는 오는 10월부터는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신탁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대신증권은 대신자산신탁(가칭)의 직원모집 공고를 내고 신규 및 경력직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인원은 40~50명으로 계획하고 있다. 김철종 전 대한토지신탁 본부장을 영입하고 대표에 내정했다. 출자승인은 금융당국에 신청한 상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승인이 나면 6월 중 회사를 설립하고 본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자본금 1,000억원의 대신자산신탁은 대신증권이 단독 주주여서 여러 주주로 구성된 경쟁 신규 신탁사에 비해 속도를 낼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가 50%를 출자한 한투부동산신탁(가칭)은 총 70~75명으로 시작한다. 앞서 다올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 등에서 근무한 이국형 전 하나자산운용 대표를 수장으로 내정했다. 계열사 지원을 통해 모집한 인원 외에 약 60명을 외부에서 충원한다. 이 중 15~20명만 신입으로 뽑고 나머지는 경력직으로 채울 계획이다. 전산개발·내부통제시스템 등도 구축하고 있다. 신영증권도 최근 부동산신탁사 채용 공고를 내고 경력직 모집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에 출자승인 신청은 한 상태이며 신임 대표는 내부에서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본인가 시점의 직원은 55명으로 계획하고 있으나 현재는 우선 경력직을 채용해서 설립 준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설 신탁사의 인력 모집이 시작되면서 기존 신탁사들은 인력 유출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신규 3사에 ‘인력 빼가기’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신탁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인력이동 현상이 벌어지지 않고는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인센티브 시스템 등을 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비인가를 받은 신탁사들은 늦어도 9월 초까지 본인가를 신청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1개월 내 본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10월부터는 영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10년 만에 신규 회사의 진입으로 신탁업계 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설 신탁사들은 특화 사업을 내세워 신탁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신영의 경우 기존 신탁사나 시행사의 관심이 적었던 노후 중형 부동산의 개발과 자산관리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개인들의 부동산 자산 개발 및 관리까지 맡아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투는 주주사인 카카오·다방·피노텍 등과 손잡고 부동산 신탁 상품에 소규모 P2P 투자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2030세대의 재산증식을 돕겠다는 포부다. 후분양제를 지원하는 신탁, 미니개발 신탁 등도 특화사업으로 제시했다. 대신은 가로주택 정비사업, 도심공원 조성사업, 창업클러스터 조성사업 등을 특화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영업이 시작되면 특화사업보다는 기존의 관리형신탁 시장 내에서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인가 조건상 2년 후에나 영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신규사들의 특화사업 계획을 보면 한투의 핀테크 연계 투자상품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눈에 띄는 사업이 없다”며 “수익성이 떨어져 기존 신탁사들이 손대지 않았던 영역인데 과연 신설사들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사업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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