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을 압류한 데 대해 북한이 14일 “날강도적 행위”라고 강력 비난하며 즉각 반환을 요구했다.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과 최근 북한의 연이은 군사 움직임으로 북미 간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화물선 압류 문제가 양국의 갈등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 무역짐배(화물선)를 미국령 사모아에 끌고 가는 불법 무도한 강탈행위를 감행했다”며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북한은 “새로운 조미(북미)관계수립을 공약한 6.12 조미 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미국이 화물선 압류 근거로 내세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미국의 독자 제재도 맹비난했다. 북한은 대북 제재에 대해 “리 국가의 자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를 전면 배격하고 규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독자 제재를 다른 나라에도 지키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의 후안무치한 행위야말로 주권국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다른 나라 사법권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보편적인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면서 미국을 비난했다.
이어 북한은 “날강도적인 행위가 금후 정세발전에 어떤 후과(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숙고하고 지체 없이 우리 선박을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제 마음대로 세상을 움직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식 힘의 논리가 통하는 나라들 속에 우리가 속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9일(현지시간)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몰수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를 위해 이 선박에 대해 압류조치를 취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과 시에라리온 이중 선적을 갖고 있는 선박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연초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산 석탄 2만5,000t가량을 실은 이 배가 지난해 4월 1일께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이 선박을 인도네시아로부터 넘겨 받았으며, 이 선박은 현재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예치돼 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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