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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등장한 '스승의 날' 폐지 청원…"교육의 날로 바꾸자"

청탁금지법·스쿨미투 영향…'스승의 날 폐지하자' 목소리 커져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 방문해 인사하는 것에서 유래

박정희 정부 시기 '공무원 부패 개혁'을 위해 폐지된 적도 있어

교육부 "스승의 날 폐지하거나 바꾸는 논의해본 적 없다"

/연합뉴스




“교사도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 스승의 날을 정 못 없애겠으면 교육의 날로 바꾸자”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이 등장했다. 본인을 현직 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우리나라의 각종 기념일은 관련 분야에 대한 기념일인데 유독 스승의 날은 ‘특정 직업인’에 대한 기념일이라서 불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건의 날’이지 의사의 날이 아니다. ‘법의 날’이지 판사의 날이 아니다. ‘철도의 날’이지 기관사의 날이 아니다”라며 교사로서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종이 카네이션은 되고 생화는 안 되고, 이마저도 학생대표가 주는 카네이션만 된다는 식의 지침도 어색하다”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스승의 날을 정 못 없애겠으면 차라리 ‘교육의 날’로 바꾸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탁금지법에서 ‘스쿨 미투’까지…멀어지는 사제 관계

이러한 주장이 올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글이 10건 남게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청탁금지법이 혼란을 야기한다며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거나 휴무일로 지정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전교 회장이나 학급 회장 등 학생대표만 교사에게 꽃을 전달할 수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작은 성의라며 교사에게 선물한 음료, 과자, 빵 등도 청탁금지법 저촉대상에 포함돼 교사들은 이를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한다.

스승의 날이 불편해진 것이 비단 청탁금지법 때문만은 아니다. 학교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신뢰에도 적잖은 타격을 줬다.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에서 교복 치마 속에 손을 넣는 등의 행위를 일삼은 교사들을 고발하기 위해 학교 창문에 ‘MeToo’ ‘WithYou’ 등의 문구를 붙인 것에서 시작된 스쿨 미투는 현재 전국의 중·고등학교 78곳으로 번진 상태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지난 12일 ‘그것은 교권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스쿨미투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사진=청페모 제공


학교 성폭력 근절 운동을 벌이고 있는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청페모)은 지난 11일 ‘그것은 교권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스승의 날 맞이 스쿨미투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례를 알리고, ‘우리는 감사하지 않다’는 제목으로 성폭력 가해 교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난해 11월에는 학생 250여명이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 모여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라는 스승의 은혜 노래 가사를 ‘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나날이 갈수록 심해만 지네’라고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이미 한번 사라졌다 부활한 ‘스승의 날’…향후 운명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불편한 날이 되어버린 스승의 날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기원은 1958년으로 올라간다. 충남 논산 강경여중고(현 강경고)의 청소년적십자(JRC, 현 RCY) 단원들은 병석에 누워있는 선생님을 방문해 간호하고 집안일을 돕기로 한다. 이 봉사활동이 퇴직한 선생님을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확대돼 1963년 5월 26일 처음으로 ‘은사의 날’이 제정됐다. 이는 이듬해 전국 543개 학교로 퍼지며 ‘스승의 날’로 바뀌었다.

충남지역의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의 행사로 시작된 스승의 날 행사가 전국의 학생들에게 번지며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됐다. 조선 시대에는 ‘군사부일체’라 하여 선생님을 임금처럼 존경하는 문화가 있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겨레의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인을 스승의 날로 정하며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뜻을 극대화한 것이다.

스승의 날이 자취를 감춘 시기도 있었다. 1973년 박정희 정부는 공무원의 부패를 개혁하겠다며 서정쇄신운동을 벌였다. 교사가 촌지를 받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었던 시절, 박 전 대통령은 스승의 날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 선포일과 통합시켰다. 이후 10년간 중앙정부 차원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열지 못하다가 대학교육연회에서 스승의 날 부활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1982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스승의 날 행사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이런 이유로 1982년을 1회로 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도 제38회 스승의날 행사를 개최해 교육 발전에 헌신한 교원들을 대상으로 정부 포상과 교육부 장관 표창을 수여한다. 하지만 스승의 날을 두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단체 차원에서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들어온 것은 전혀 없다”면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스승의 날에 곤란한 상황을 겪는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기는 했지만, 그때도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거나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의견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부적으로 스승의 날을 폐지하거나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경기자 seoul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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