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2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발행어음 부당대출과 해외법인 신용공여 등의 한국투자증권 제재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융위는 “한국투자증권 측 의견을 청취하고 이 의견에 대한 금감원의 설명을 다음에 열릴 금융위원회에서 듣고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제재심을 열어 한투증권이 지난 2016년 계열사인 베트남 현지법인에 399억원을 1년간 대여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계열사 신용공여를 제한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과징금 38억5,800만원 부과를 심의했고 지난달 열린 증선위에서는 제재심의 강도 높은 제재안을 그대로 의결해 금융위로 넘겼다.
금융위가 논의를 미룬 것은 사안의 민감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투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사실상 해외법인 신용공여에 대한 첫 제재라는 점에서 금융위가 이를 확정할 경우 해외법인 신용공여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본다. 실제로 금감원 검사국은 지난해 4월 제재심으로 넘긴 NH투자증권의 해외 법인 신용공여에 대해서도 금융위 최종 의결을 기다리느라 아직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09년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 코린도그룹 증권 계열사 클레몬트(CSI)의 지분 60%를 인수해 현지법인인 NH코린도증권을 설립했고 이후 현지법인의 자기자본을 늘리는 과정에서 NH코린도증권을 위해 200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규모가 작고 직접 대여가 아니라 지급보증이라는 점에서 다르기는 하지만 해외법인 신용공여라는 점에서는 한투증권의 해외법인 신용공여와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금투 업계는 국내 증권사들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하며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규제가 확정될 경우 해외진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장은 “현지 당국의 규제에 더해 국내 규제까지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을 펼치는 국내 증권사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자정기능에 맡기는 방향으로 해외법인 신용공여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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