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도(大盜)’로 이름을 날린 조세형(81)의 습관성 절도와 열여섯 번째 철창행이 통계적으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절도 범죄는 18만4,355건으로 2013년 29만841건 대비 37%가량 대폭 줄었다. 반면 2017년 기준으로 절도범 중 1년 이내 다시 절도를 저지르는 경우는 59.4%에 달했다. 한 번도 절도를 저지르지 않을 수는 있어도 한 번 저지를 경우 조씨처럼 상습범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절도 범죄가 줄어든 것은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의 보편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방범용 CCTV 등이 늘어나면서 절도를 저지를 ‘감시 사각지대’가 줄어든 게 주된 이유로 보인다”며 “절도 범죄 30%가량은 청소년층에서 저지르는데 학령인구 감소로 이들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도가 줄었더라도 재범률은 높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2017년 기준으로 검거된 절도범의 경우 초범(44.2%)보다는 재범(55.8%)이 높았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절도범은 ‘훔치고 싶다’는 충동에 쉽게 굴복하는 경향이 커 재범의 길에 빠져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의 범행 동기는 우발적 동기가 30.8%로 가장 많았다. 사적 이익 19.4%, 생활비 마련 10% 순이었다. 경제적 곤궁보다는 견물생심(見物生心)이 주된 범죄의 동기로 분석됐다.
절도범 대부분은 남성이었다. 절도범 중 76.2%가 남성이었고 23.8%가 여성이었다. 남성 절도범의 경우 젊은 연령층에 몰렸다. 여성은 반대다. 남성 절도범은 40세 이상 비율이 43.2%인 반면 여성 절도범은 절반이 넘는 60.2%다. 이순래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의 경우 생계형 절도일 가능성이 높다”며 “나이가 들수록 남성에 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절도 범죄의 주 발생 시간대도 변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심야 시간대에 발생하는 절도 범죄가 가장 많았지만 최근 들어 낮 시간대와 순위가 역전됐다.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절도범죄 중 31.7%는 정오~오후6시 사이에 발생했다. 오후8시~오전4시 사이는 30.7%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청의 한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낮 시간대에 빈집이 늘어나 절도범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절도범이 범행에서 얻는 ‘수익’도 대부분 소액이었다. 10만원 이하 피해가 35.4%, 10만원 초과 100만원 이하 피해는 49.4%였다. 피해액이 100만원을 넘는 경우는 15.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절도를 막기 위한 자발적 노력과 동시에 절도범의 재범을 막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문단속만 잘해도 침입 절도의 3분의1은 막는 만큼 생활 속 범죄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며 “절도는 심각한 범죄로 가는 출입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초기에 교화 프로그램을 통해 재범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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