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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배임 논란에도 누진제 개편안 가결한 한전 이사회...일주일만에 결정 바뀐 이유는?

한진 ‘누진제 개편안’ 논란 끝 통과

임시 이사회 안건 하나 아닌 '두 개'

"정부가 산업용 요금 등의 인상 약속 가능성"





한국전력 이사회가 배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2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결국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21일 이사진은 정기이사회에서 정부 측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 가능성을 따져본 로펌 두 곳의 자문 결과를 처음으로 받아 본 뒤 ‘보류’ 결정을 내렸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결정을 뒤집은 것입니다.

왜 일주일 사이 결정이 바뀌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이유는 한전이 7~8월 전기요금 부담이 평균 1만142원 줄어드는 누진제 개편안을 통과시켰을 때 발생하는 2,847억원 수준의 비용 부담을 정부가 그전보다 더 확실한 방법으로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입니다. 이사회가 보류했던 원안을 통과시킨 것 자체가 그 증거죠. 불확실한 건 정부가 비용 부담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정부의 약속이 무엇이었느냐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메워줄 수도 있고, 전기요금 일부에서 보전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비용 보전을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을 내린 대신 산업용 등의 전기요금이 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확한 답은 한전 이사진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만 알겠지만 이사진의 발언들과 업계와 정치권 관계자들의 해석 등을 통해 한번 유추해보겠습니다.



우선 28일 임시 이사회 안건이 하나가 아닌 두 개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정기 이사회였다면 안건이 여러 개였어도 그간 의결할 것들을 모아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특이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임시 이사회는 정부의 누진제 개편안을 반영한 전기요금 기본공급 약관 개정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하나의 안건은 무엇이었을까요. 28일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45분동안 진행된 임시 이사회가 끝나고 기자실을 찾은 김태유 서울대 공과대 명예교수(한전 이사회 의장)의 발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김 의장은 “주택용 전기요금 체제개편을 위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은 원안 가결됐으며 아울러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개편 안건도 함께 가결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자세한 내용은 다음 달 1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며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습니다.

업계에서는 김 의장이 언급한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 개편 안건’은 정부가 내년까지 마련하겠다고 한 ‘전기요금 개편 로드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번에 한전 이사회가 가결한 안건은 주택용 전기요금이고, 그 중에서도 누진제만 건드린 것입니다. 앞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등 더 대대적인 개편 과정이 남은 건데, 이때 한전의 비용 부담을 보전할 방안을 정부가 약속했다는 관측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방안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이유는 국회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도 개편을 통해 한전의 적자를 보전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만을 놓고 보면 한전의 적자가 당연하지만 그것이 전기요금 전체를 개편하는 과정에 일부고, 산업용 전기요금 등의 인상이 사실상 확약됐다면 한전 이사회로서도 안건을 통과시킬 명분이 생긴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습니다. 정확한 건 7월1일 한전의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갑(앞줄 오른쪽 세번째) 한전 사장과 이사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이사회가 개의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약속했던 에너지특별회계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한시적으로 여름철 전기요금을 할인한 지난해 정부는 저소득층 할인분 350억원에 한에서 이 회계로 한전을 지원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도 국회의 반대로 3,600억원에 달하는 일반 할인분은 보전받지 못했죠. 정부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력기반기금을 활용하는 방식도 거론됩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적자 보전 방안을 한전 이사회에 문서화해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도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배임으로 판결된 사례가 있어 정부의 구두 약속보다 문서화된 약속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한전과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지만 정부가 문서로 약속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전 이사회 내부에서는 정부의 강화된 약속도 믿지 못하겠다는 기류도 있습니다. 실제 임시 이사회 당일 안건은 합의 형태가 아닌 투표를 통해 통과됐습니다. 한전은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찬성 11명, 반대 4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표결에 앞선 심의 과정에서 일부 이사가 고성을 지르며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등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사진도 정부가 누진제 개편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또다시 의견을 보류할 경우 벌어질 파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전체 전기요금 개편이 순탄하게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전이 약관 개정을 의결함에 따라 조만간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와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거쳐 다음달부터 새로운 누진제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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