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일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국산 부품·소재를 만들 수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도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하고 이러한 역할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이 담당하고자 합니다.”
최철안(59·사진) 기정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 R&D 자금을 ‘눈먼 돈’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중국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20~3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우리 기업들도 기술력이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비록 작은 기술 하나하나에 대한 지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 정부 R&D 지원금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R&D 지원사업에 대해 ‘불용액이 많은 데다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가 여러 가지 개선 방안을 내놓아도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R&D를 포기할 수 없는 게 아니냐”며 되물었다.
기정원은 국내 중소기업의 R&D 지원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중기부 산하 기관이다. 우리나라 R&D 관련 정부예산은 총 20조원인데 이 중 1조원이 중기부로 편성된다. 중기부 예산의 10%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기정원은 총 8,5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최 원장은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 어떻게 중소기업을 지원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을 소개했다. 그는 “수요처가 제품을 구매해주는 조건으로 R&D를 진행하는 게 이 사업의 골자”라며 “단순히 제품 R&D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용화 과정에서 대기업 등과 연관시키게끔 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은 각 과제당 2년간 총 5억원을 집행해 사업 금액이 큰 편은 아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과거 중소기업청 시절에는 큰 규모의 상용화 R&D 사업을 지원하지 못했었다”며 “그러나 중기부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서 (대규모 상용화 R&D 사업을) 통과시키자고 얘기를 나누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에야 중기청이 중기부로 승격한 만큼, 내년부터는 R&D 상용화 사업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최 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정원의 R&D 지원사업을 통해 성공을 거둔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충청북도에 유리를 코팅하는 업체가 있었는데 정부 R&D 지원사업을 받은 지 20년이 지난 후 250명의 직원을 둔 회사로 거듭났고 기술력도 독일회사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선진국 경쟁업체를 넘어서는 기술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R&D 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