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했던 한웅재(사법연수원 28기) 대구지검 경주지청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렸다. 또 박광배(29기) 서울고검 검사, 안범진(26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 주용완(29기) 대구지검 부부장, 배종혁(27기) 서울고검 검사 등도 이날 추가로 사의를 밝혔다. 이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 이후 검사장급 인사와 중간간부 인사를 거치며 사의를 밝힌 검사들은 총 67명으로 늘었다. 법무부는 중간간부급 검사에 대한 인사를 지난달 31일 단행했지만 줄사퇴가 이어지면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날 26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오는 6일자로 또다시 단행하기도 했다.
검찰 내외부에서는 이번주 말이 지나고 추가로 사의를 밝히는 검사들이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사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검사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인사 한 번에 검사 70~80여명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매번 인사 시즌에 통상 검사 20명 정도가 옷을 벗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초유의 사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고등검찰청 검사나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이 아닌 일선 청 부장이나 지청장, 차장 등의 보직을 받은 뒤 옷을 벗은 사람도 12명에 달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같은 줄사표는 윤 총장의 ‘기수 파괴’ 지명으로 세대교체가 예상됐던 이번 인사가 사실상 ‘물갈이 코드인사’로 변질된 데 실망한 반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윤 총장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은 대검찰청과 법무부 등의 요직에 진출하고 나머지 자리가 다른 검사들에게 배분됐다는 지적이 있다. 또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가 모두 좌천성 인사를 당하면서 정권에 칼을 겨눈 검사들을 길들이는 인사가 반복된다는 것도 실망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예상조차 어려운 인사를 보고 이 조직에서는 더 이상 희망과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호가 출항하자마자 반발에 부닥치자 앞으로 추진해야 하는 검찰개혁까지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지휘부에 실망했지만 조직에 남은 검사들이 향후 개혁에 동조하지 않으면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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