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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우크라이나, 유럽·亞 만나는 요충지...서방-러 대립 '新냉전의 장'

[우크라이나가 스캔들 중심에 선 까닭은]

1991년 구소련 붕괴로 독립후

양진영 대립에 바람 잘 날 없어

푸틴 크림반도 침공...내전비화

美는 우크라 정부에 군사 지원

스캔들로 美 정치권 속내 드러나

푸틴 입김 다시 커질 가능성도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베를린 장벽이다.” (뉴욕타임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의 소용돌이가 워싱턴 정가를 덮친 가운데 뜻하지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동유럽 국가로 국제사회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슬라브어로 ‘변경(邊境)’을 뜻하는 우크라이나다.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요충지인 우크라이나는 냉전시대를 상징했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 러시아의 힘이 또다시 충돌하는 21세기 ‘신(新)냉전’의 장이다. 트럼프 탄핵정국의 빌미가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지도자들과 이를 이용하려는 미 정치권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는 지난 1991년 구소련 붕괴로 독립한 후 친서방 진영과 친러시아 진영 간 대립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나라다. 소련의 핵심 위성국가였던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파가 득세하기 시작한 것은 오렌지혁명부터다. 2004년 대통령 부정선거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로 촉발된 이 혁명으로 집권한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시도하는 등 러시아와 거리를 뒀다.

이에 ‘강한 러시아’를 외쳐온 푸틴 대통령은 2007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을 앞세워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끊는 등 위협 수위를 높였다. 2010년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다시 커졌지만, 야누코비치는 2013년 11월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을 중단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반정부시위에 부딪혀 2014년 초 결국 축출됐다.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입김이 강해질 것을 우려한 러시아가 그해 3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면서 우크라이나는 격랑에 휘말렸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하는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이 2014년 4월 도네츠크·루한스크주를 중심으로 독립을 선언한 뒤 정부군과 교전을 시작하면서 해묵은 친서방·친러 세력의 갈등이 결국 내전으로 비화한 것이다.

러시아가 반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이 장기화하자 미국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원조를 대폭 강화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난 5년간 제공한 원조 규모는 150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한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군사지원이 우크라이나에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원조 없이는 러시아나 반군세력의 추가 도발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탄핵정국은 외교를 ‘거래’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생명줄’을 이용하려 한 정황이 담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논란이 된 7월25일 양국 정상 간 통화 녹취록에는 미국의 군사원조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미국으로부터 재블린(대전차미사일)을 더 많이 구매할 준비가 됐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호의를 베풀기 바란다”고 답한 것이 사실상의 압력 행사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통화 며칠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서 승인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2억5,000만달러 규모의 군사원조 제공을 9월 중순으로 늦추라고 지시했다는 점에서 그가 군사지원을 대가로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도록 우크라이나 정부에 외압을 가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가 이번 스캔들에 얽힌 것도 외세가 판을 치는 우크라이나의 속사정과 관련이 깊다. 우크라이나 정재계에서는 ‘올리가르히’로 불리는 극소수의 과두세력이 외세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을 챙기는 관행이 뿌리내렸다.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우크라이나의 대형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홀딩스’ 역시 생태천연자원장관을 지낸 올리가르히 미콜라 즐로쳅스키가 설립한 회사다.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에서 우크라이나 친(親)서방화 정책을 총괄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핵심인사들과 자주 접촉했으며, 2014년에는 그의 외아들 헌터 바이든이 부리스마의 사외이사직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우크라이나 검찰이 횡령 혐의로 부리스마 수사에 나서자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해임을 압박했다며 이번 사태가 바이든 부자의 부정부패 스캔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정치·경제 엘리트들은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외국 후원자를 찾으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번 스캔들을 계기로 러시아의 입김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내전 이후 원조를 강화한 미 정치권의 ‘속내’를 알아차린 만큼 친러 진영이 세력 결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스캔들로 서구 민주주의가 청렴한 통치 모델이 아니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면서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 통화 공개로 푸틴 대통령이 웃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전 장기화에 따른 경제악화도 친러 노선 강화가 전망되는 이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추진하며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지만, 러시아와 억류인사를 서로 교환하며 러시아와의 대립 관계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협력 없이는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은 내전 이전인 2013년 1,833억달러에서 2017년 1,122억달러로 급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크림반도를 되찾아야 한다는 반러 목소리도 여전히 강해 그동안의 친서방 노선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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