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시장의 잠룡이자 ‘블루칩’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사진)’가 재건축의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미·미·삼)에 이어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도 안전진단에 걸려 좌초되면서 목동 등 재건축 초기 단지들이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인 정부 정책 방향과 지자체 등의 방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상한제까지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규제 발 공급 위축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 재건축 꿈 무너지나 = 15일 송파구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 모임(올재모)’에 정밀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받았다고 통보했다. D·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C등급을 받은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당분간 재건축 진행이 어렵게 됐다. 5,540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지난 1988년 6월에 준공됐으며 현재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넘긴 상태다. 용적률 137%에 세대별 대지지분도 넓어 재건축 기대주로 주목을 받아왔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결성한 모임인 올재모를 중심으로 지난해 9월 정밀안전진단 비용 모금을 시작, 총 3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모았다. 지난 1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 송파구에서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안전진단 검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국토부는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상향하고, D등급을 받더라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에서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하는 등 사실상 재건축 규제를 강화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전성 분야의 가중치가 20%에서 50%로 높아졌다”면서 “올림픽선수촌 안전진단 결과 구조 안정성 분야에서 B등급이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합계 환산치가 C등급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재모 측은 이번 결과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것과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구청에 소명을 요구했다”며 “소명을 들은 후 이후 대응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목동 등 초기단지 긴장 = 한편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지은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재건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단지들이 앞으로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외에도 지난 14일 노원구 월계동의 ‘미륭·미성·삼호3차(미·미·삼)’ 아파트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단지는 지난 1986년 7월 입주해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넘겼다.
아울러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노후 단지들도 긴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목동신시가지아파트와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등이 있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6·9·13단지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고, 5단지 등 나머지 단지도 연구용역을 위한 모금 중이다.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역시 지난 7월 정밀안전진단 연구용역을 발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광진구 광장극동아파트 1·2차 역시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다.
공급 절벽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본지가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월부터 9월까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구역으로 신규 지정된 구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2017년만 해도 주택 재건축 19곳, 주택 재개발 1곳, 도시정비형 재개발 7곳 등 총 27곳이 신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6건으로 줄더니 올 들어 9월까지 ‘0건’을 기록했다. /박윤선·이재명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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