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주한미국대사관저를 무단 침입해 시위를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관련 단체를 압수수색하고 배후 세력을 밝혀내기 위한 수사에 나섰다. 대진연 측이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을 향해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며 극렬하게 저항해 한동안 수색영장 집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2일 오전10시부터 성동구에 있는 비영리민간단체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번 미 대사관저 침입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들을 확보했다. 대진연은 지난 18일 미 대사관저 난입 당시처럼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 상황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동영상을 보면 대진연과 진보단체 회원들이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을 향해 “깡패XX” “양아치” 등 욕설을 하며 고성을 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저항이 거세자 경찰이 영장집행을 잠시 유보하고 대진연 측과 협의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경찰이 이날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침입을 주도한 대진연 회원이 경찰 조사에서 본인의 주소지를 평화이음 사무실로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정당국은 대진연이 대학생 단체를 표방하지만 정치 세력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한다. 평화이음의 공동이사와 남북교류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선(45)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1998년 8월 평양에서 열린 8·15통일대축전에 참가했던 인물이다. 2012년 18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황씨의 남편은 윤기진(44) 국민주권연대 공동의장이다. 윤씨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7기 의장 출신으로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으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생활을 했다.
대진연은 다수의 집회·시위를 국민주권연대와 함께 열었다.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를 함께 구성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집회도 공동 주최했다./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