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법안이 통과된데다 무역협상의 주요 쟁점인 관세 철회 및 중국의 농산물 구매 등을 놓고 양국이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점차 꼬이면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양국 정상이 이달 중순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서명식을 열 계획이었지만 회의가 취소되고 양국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연내 무역합의에 서명할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무역협상에서 충분한 양보를 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이 다음달 15일부터 1,560억달러(약 183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추가 관세 카드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무역합의 서명문에 구체적인 규모를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꺼리고 있다. 10월 양국 고위급 협상단의 1단계 합의에 따라 미국은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중국산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는 계획을 연기했으며 중국은 연간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 전날 미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도 찬성 417표 대 반대 1표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양국 간 무역합의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정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따져 경제적 특별지위를 유지할지 정하고 홍콩 인권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뒀다.
중국 내에서도 무역합의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합의가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가 자국 기업들에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해주기 시작했지만 이 조치가 양국 무역협상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주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베이징에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고위급 대면협상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 다음주 미국 추수감사절 이전에 만남이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미국은 아직 날짜를 약속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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