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르노 오픈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가 창업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자동차 산업 내 혁신 기술로 공동 개발하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면서 대기업과 창업기업의 상생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모빌리티 분야 유망 기술기업을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창업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취지로 설립한 르노 오픈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를 통해 기댈 곳이 부족한 창업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기업의 유연성에 기반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르노삼성차의 경험과 체계, 인프라가 더해져 높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 연구·개발(R&D)부터 생산, 판매, 수출까지 모두 가능해 르노 그룹 내에서도 손으로 꼽히는 중요한 거점이다. 특히 르노삼성차는 차량 디자인부터 설계와 해석, 각종 시험 등 양산 준비를 위한 생산기술 기능을 모두 보유해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게다가 르노 본사는 거점인 유럽의 특성상 소형차 위주의 개발에 강점이 있어 한국에서 R&D을 담당하는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옛 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가 중형 세단과 중형SUV 등 모델 개발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면서 그룹의 독보적 R&D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주효했다.
이 같은 평가의 핵심인 연구개발 역량은 단지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에 머무르지 않고 르노 오픈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를 통해 창업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르노 오픈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는 창업기업이 개발하는 기술이나 제품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협업을 진행하는 곳으로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문을 열었다. 5G 커넥티비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HMI(인체공학 설계)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우수 창업기업과 공동 개발을 넘어 이들의 사업 성장과 세계 시장 진출 지원 등을 도모한다. 대체로 공간 활용도와 운전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과 소비자 맞춤형 애플리케이션 등을 다룬다.
르노 오픈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는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국 상하이, 프랑스 파리와 함께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와 르노 그룹에서 개소한 이노베이션 랩 5곳 중 하나다. 그만큼 르노그룹이 한국의 R&D 역량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보고 빠르게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반영해 수정 작업 역시 빠르게 진행돼 르노 그룹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협업의 중심에는 R&D, 마케팅, 디자인 등 르노삼성차 내 다양한 부서원들로 꾸려진 알파팀이 있다. 이들은 국내 유망 창업기업과 공동 개발을 통해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액세서리 헤드업 디스플레이, 자율주행 카메라 영상신호 알고리즘, 전자 쇼룸(Virtual showroom), 인앱챗봇 등을 선보였으며 후석 승객 감지 시스템, 헬스케어 접목 드라이빙 시스템 등을 현재 개발하고 있다.
창업기업과 협업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탄생한 시제품은 애프터마켓의 액세서리 형태로 먼저 시장에 출시한 뒤 고객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는지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 등을 거쳐 르노 그룹과 얼라이언스에 소개된다. 이처럼 창업기업과 르노 그룹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하는 것도 오픈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의 주요 역할이다. 다른 국가의 4개 랩과 차별화되는 특징과 강점은 르노 그룹 제품으로 선보이기 전 한국 시장에 먼저 신기술을 출시하고 국내 소비자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르노삼성차는 생산기지인 부산공장과 연구기지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협력의 범위가 더욱 넓다. 실제로 부산공장은 르노 오픈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를 통해 수동화된 생산 라인을 일정 부분 디지털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의 선진화된 5G 커넥티비티 기술도 르노그룹 내에서 르노 오픈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비결이 되고 있다.
르노 이노베이션 랩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김호웅 팀장은 “창업기업과 전통 산업에 가까운 자동차 기업을 연계하는 역할을 해내며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유연한 접근을 시도해 성공적인 협력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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