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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길잡이들의 거점, 63년만에 사라지나

■메리놀회 한국지부 본원 이전 논의

천주교 정착하며 역할 줄어

함제도 신부 등 선교사 3명뿐

본원 자리 성당 활용 가능성

지부장 "활동은 계속 이어갈것"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 본원 외부 전경./사진제공=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지난 1920년대부터 국내에서 선교활동을 벌여온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메리놀회) 본원이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국내에 천주교가 뿌리를 내리면서 그 역할이 점차 축소됨에 따른 조치다. 메리놀회는 천주교 선교를 위해 한국에 진출한 미국 최초의 외방전교회로 오는 2023년 한국 진출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17일 천주교 서울교구 등에 따르면 메리놀회는 내년 1월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지부 본원 이전을 논의 중이다. 한국지부는 평신도들을 위한 교회가 아닌 선교활동을 지원하는 본부 행정기관이다. 지난 1923년 북한 평안도를 통해 처음 한국에 진출한 메리놀회는 한국전쟁 이후 부산, 서울로 옮겨가며 선교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한국지부가 위치한 서울 광진구 본부 건물은 1956년 9월 완공돼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의 거처로 사용돼왔다. 민주·인권운동가로도 활동한 진필세(제임스 시노트) 신부, ‘건전가요’를 보급한 반예문(레이먼드 설리번) 신부 등이 이곳을 거쳐 갔다.

메리놀회 본부 이전 논의는 선교사들의 역할 감소에 따른 조치다. 1900년대 초반 미개척지나 다름없던 시절 선교를 위해 미국에서 선교사들이 대거 파견됐지만 국내에 천주교 신자가 늘어나면서 해외 선교사들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10여명에 달했던 선교사들은 매년 줄어 현재 함제도(제라드 E 해먼드) 신부를 포함해 총 3명에 불과하다.

메리놀회 이전이 대북 지원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한을 통해 국내에 첫발을 내디딘 메리놀회는 분단 이후에도 결핵환자 치료 등을 통해 대북 지원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평양교구장 고문을 맡고 있는 메리놀 외방전교회 소속 함제도 신부는 유진벨 재단과 함께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을 수십 차례 오가며 결핵 퇴치 운동을 펼쳐왔다.



지난 2월 한국 천주교가 한국전쟁 당시 순교자들의 시복을 위한 예비조사 과정에서 함제도 신부가 초대 교황사절인 패트릭 번 주교의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주한교황청 대사관


메리놀회는 국내에 신용협동조합을 처음 전파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60년 부산지역 메리놀수녀회를 주축으로 국내 최초의 성가신용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이는 국내 신협의 첫 출발점이 됐다.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메리놀회와 인연이 각별하다. 메리놀회에서 세운 부산 영도구 신선성당 신자인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의 결혼식도 이곳에서 올렸고 최근에는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장례를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치렀다.

현재 본원 자리는 서울대교구 차원에서 성당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놀회 지부장인 마필운(필립 마레) 신부는 “천주교가 자리 잡은 한국에서 그 역할이 일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선교활동과 신학생 양성, 장애인 지원활동, 민족화해를 위한 대북 지원활동 등 다양한 사목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다른 공간으로 이전해 계속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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