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다야니가(家)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소송(ISD)에서 정부의 첫 패배가 확정돼 우리가 이란 측에 730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정부는 대우전자 매각 당시 채권단이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아 이번 소송이 시작된 것이므로 채권단이 전액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협의에 들어갔다.
22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2010년 대우전자 매각 추진 과정에서 39개 채권단이 매수자인 다야니 측에 계약 해지 이후 계약금 578억원을 돌려주지 않아 시작된 것”이라며 “이번에 확정된 730억원의 배상액은 여기에 이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배상은 당연히 채권단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예비비 등 예산을 쓰는 대신 채권단이 직접 배상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채권단의 지분을 보면 자산관리공사(캠코)가 57.42%로 가장 많고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이 6.79%, 신한은행이 5.75%, 우리은행이 5.37% 등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언제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시한은 없고 다야니 측과 협의를 해야 한다”며 “채권단이 지분율대로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채권단이 배상할 수 없다고 나오면 정부가 먼저 배상을 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도 있지만 아직은 그 단계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환란 직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캠코는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우전자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이후 채권단은 세 차례의 매각 시도 끝에 2010년 4월 다야니가 대주주인 가전회사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같은 해 11월 채권단은 다야니 측이 설립한 싱가포르 특수목적회사(SPC) D&A와 총 매매대금 5,778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D&A는 채권단에 578억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하지만 12월 채권단은 D&A가 총 필요자금보다 부족한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했다며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D&A는 우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2015년 9월 다야니 측은 국제중재판정부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이자 935억원을 반환하라는 취지로 ISD를 제기한다. 이후 지난해 6월 판정부는 다야니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계약금 578억원에 그동안의 이자를 포함해 총 730억원을 한국 정부가 다야니에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영국 고등법원에 취소소송 소장을 냈다. 다야니 사건은 채권단과 다야니의 법적 분쟁이고 정부는 상관이 없으므로 ISD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번에 영국 고등법원은 우리의 소를 기각해 지난해 6월 판결이 확정됐다.
한편 현재 우리 정부는 다른 ISD 판정도 기다리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제기한 5조원 규모의 ISD 판정,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제기한 1조원 규모의 ISD 판정이 대기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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