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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용익 이사장 "비급여 항목 전면 급여화…수가 체계 개편, 과잉진료 막을것"

보장성 확대 속도에 맞춰 의료 전달 체계 수술도

2024년 건보 곳간 소진 된다는데…우려 수준 아냐

재정 누수 막기 위해 '특사경'제도 도입 서둘러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오승현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목표는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으로 국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의 핵심은 비급여 풍선효과로 계속 증가하는 의료비와 고령화로 늘어나는 노인의료비 폭증을 막기 위한 전략적 재정관리를 해나가는 것입니다. 공단은 질병의 조기진단부터 조기치료·평생건강관리로 건강한 국민을 만들어 의료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의료비 지출증가 속도를 감소시켜나갈 예정입니다.” 지난 1989년 건강보험이 전 국민 의료보장 시스템으로 도입된 지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특히 2020년 경자년 (庚子年)은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각 조합이 통합돼 오늘날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통합 출범한 지 20년을 맞는 상징적인 해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표적 보건의료 정책으로 꼽히는 문케어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문케어를 놓고 필수의료가 아닌 항목까지 급여화 항목에 포함해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과 급여화 속도가 더 가팔라야 오히려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16일 서울 여의도 서울지역본부 집무실에서 만난 김용익(67·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건보 시스템 밖에 있는 비급여 진료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비급여 항목을 건보 체계에 넣는 전면 급여화를 시행하지 않으면 우리 자녀 세대에서는 훨씬 비싼 보험료와 본인 부담금을 동시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박태준 바이오IT부장 june@sedaily.com

김 이사장은 언제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의료현장에서 조정자 역할을 맡아왔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는 의료보험통합추진기획단 제1분과장으로서 통합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2000년에는 보건복지부 의약분업실행위원으로 의약분업을 이끌었다. 2006년 2월에는 노무현 정부의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해 보건·사회·복지·노동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김 이 사장이 공단에서 추진 중인 문케어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비급여의 급여화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과잉진료가 폭증하고 있다는 비판에다 수가체계 개선에 반대하는 의사협회 등의 반발 등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문케어로 인한 재정지출은 애초 계획한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 과이용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뇌 MRI 검사는 그동안 전액 비급여로 시행되던 검사가 건강보험으로 전환돼 건강보험 청구액이 증가하는 측면이 있어 이상사례를 모니터링하면서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예상과 다르게 전년 대비 1.1%포인트 상승한 63.8%에 그친 것과 관련해서도 제도 시행과 보장률 통계 간 시차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2018년도 고액의료비 발생환자 수가 전년 대비 8만6,000명 감소했고, 1인당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내 질환 보장률 역시 81.2%까지 올라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문케어는 2017년 8월에 발표됐고 실제 시행은 2018년에 됐다”며 “지난해에 시행된 효과는 최소 2019년은 돼야 나타나기 때문에 문케어에 대해 종합적 평가를 내놓는 것은 차기 정부 임기의 중간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강보험 하면 항상 따라붙는 단어가 ‘재정적자’다. 문케어는 2017년 건보재정 누적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을 활용해 2023년까지 당시 62.7%인 건보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 것이 핵심이다. 쌓여 있는 누적적립금을 사용할 때는 당기수지에서 적자로 잡힌다. 공단에 따르면 올해 건보재정은 3조2,000억원 수준의 당기수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8월 말 19조6,000억원인 누적적립금도 17조4,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 등 전문기관에서는 문케어의 지출 증가로 건보 누적적립금이 기존 예상보다 3년 앞당겨진 2024년에 소진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과잉진료가 심화하면서 적립금 소진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은 단기보험이기 때문에 세금과 동일하게 애초 그해에 걷어 그해에 쓰는 게 맞지만 수년에 걸쳐 20조원의 적립금이 쌓인 것”이라며 “적립금 20조원이 너무 많아 10조원을 꺼내서 급여확대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회계상으로는 5년간 1년에 2조원씩 적자를 보게 돼 있지만 사실상 적자라고 할 수는 없다”며 “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계획한 대로 돈을 꺼내 쓰는 것이라고 저는 늘 표현한다”고 덧붙엿다.

그는 문케어가 뿌리를 내리고 건강보험 보장률이 오르기 위해서는 의료전달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보장성확대 정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반면 의료전달 체계 개편 속도가 느려 비급여 풍선효과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직접 A4용지에 그래프를 그려가며 기자에게 건보 급여화 비급여 시스템에 대한 원스톱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급여확대를 시도했지만, 의료기관이 비급여 항목을 계속 늘려 오히려 전체 보장률이 떨어졌다”며 “필수 의료를 위해 남아 있는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지 않으면 비급여가 계속 팽창하는 풍선효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서는 보장률 확대와 의료전달 체계 개선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는 보장률 확대 속도의 바퀴는 빠르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바퀴는 느려 차가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오승현기자


김 이사장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적정수가 제공을 통한 의료 정상화에도 나설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문케어가 본인부담 완화를 통한 조기진단과 가계파탄 방지 측면에서 궤도에 오르고 있는 만큼 마지막 단계로 수가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적정진료를 위해서는 원가에 기반한 적정수가를 마련해야 한다”며 “모든 의료 서비스에 적정 수가를 적용하면 의사들은 과잉진료를 할 필요가 없이 교과서적인 진료로 돌아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공단에서 의료항목에 대한 원가수집 및 분석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수가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가는 낮추고 저렴한 수가는 올리겠다는 뜻과 같다. 병원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의사협회 등 이해 관계자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설득작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요즘 건보공단이 공을 들이는 것은 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특사경법)’의 국회 통과다. 특사경이란 조세·관세·마약·환경 등 검찰과 경찰만으로는 단속이 어려운 분야의 특수범죄에 한정해 전문성 있는 행정공무원 등에게 강제수사권을 주는 제도로, 공단은 특사경 제도가 도입될 경우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를 고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사무장병원을 척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12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며 현재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김 이사장은 “공단 빅데이터 분석 결과 불법개설 요양기관이 약 700개에 달하고 이로 인한 재정누수 금액이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700개 병원에 100명쯤 입원한다고 가정하면 약 7만명의 환자가 불법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것으로 이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단은 특사경 제도가 도입될 경우 사무장병원 수사에 소요되는 평균 11개월의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고, 신속한 수사로 재정누수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재정누수 금액 중 1조원 이상이 절약된다면 조합원들에게 훨씬 좋은 쪽으로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20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평생 건강한 삶을 유지하면서 오래 일하는 게 안정적인 건강보험 재정을 유지할 길이라고 믿고 있다. 내년에 개별 건강관리지표를 개선하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건강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내년부터 복지부와 함께 혈압과 혈당·체중 등 건강지표를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비용부담을 절감해드리는 건강 인센티브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쿠폰이나 상품권을 제공하는 형태로 할지, 진료 시 본인부담금을 인하하는 형태로 할지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현세대가 건강관리를 하면 아들 세대가 훨씬 비용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리=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He is…

△1952년 충남 △1977년 서울대 의학과 졸업 △1979년 서울대 보건학 석사 △1983년 서울대 예방의학 박사 △1984년 영국리즈대 보건정책학 석사 △1984년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2006~2008년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2016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원장 △2017년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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