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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원전과 경유차의 닮은 꼴

배충식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KAIST 공과대학장





원자력 발전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에너지원이 부족하던 시절, 원전은 저렴하게 전기를 만들어 산업 발전의 견인 역할을 하는 획기적 신기술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이 에너지정책의 기본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노후 원전은 닫히고 신규 원전 건설은 취소되면서 관련 산업은 파산위기로 내몰렸다.

에너지와 환경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한 온실가스의 감축을 에너지기술의 핵심동인으로 선정해 에너지기술 전망을 제시하고 많은 국가들이 이를 정책의 기본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필수적인 미래 에너지 핵심기술로 꼽힌다. 이상적인 지속가능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 세계 원자력 발전은 오는 2040년에 2018년 대비 6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탈원전은 세계적인 추세에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원전을 없애면 당장 석탄과 가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산업적으로 부정적인 악영향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2060년까지 줄여나갈 이산화탄소 중 6%가 원자력 발전 덕분에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안전과 환경, 에너지 안보, 경제성 사이에는 서로 보완하거나 상반되는 면들이 있어 면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타당한 정책적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 걸렸던 ‘영화 보고 탈원전, 논문 읽고 친원전’이라는 현수막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버려야 할 기계 취급을 받는 경유차도 한때는 원전처럼 사랑받았다. 경유차는 연비가 좋아 경제적이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클린디젤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성장했다. 디젤엔진은 토크가 높아서 버스나 트럭처럼 강하게 끄는 힘이 필요한 대형 상용차에는 필수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미세먼지의 발생원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졸지에 폐비처럼 내몰리는 신세가 돼버렸다. 그 꼴이 꼭 원전을 닮았다. 원전처럼 경유차도 미워서 내버리려 해도 마땅히 대체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로 경유차를 대체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전기차는 오는 2040년 많아야 30%의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실질적인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은 오히려 경유차를 포함한 내연기관차의 효율 향상이 맡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트럭과 같은 대형 상용차는 2040년까지 그 수요가 세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최신 고급경유 승용차의 경우 지속가능 시나리오의 2040년 목표치를 달성해 대도시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고 있다.

원전과 경유차처럼 밉상으로 보이는 기술들도 한편으로는 진보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매우 복잡한 현재의 기술들은 한 가지 관점에서만 감정적으로 다루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존 모습에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국력은 기술의 진보로 견인된 경제력으로 만들어진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환경, 경제성, 에너지 안보 사이의 균형 잡힌 영리한 판단이 미래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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