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지난 2009년 이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6배 올랐지만 한국의 코스피 종합지수는 1.9배 상승에 그쳤다. 미국과 한국증시가 이와 같은 차이를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기업들의 이익성장과 주주환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외 애플·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신성장 동력을 갖춘 기업들이 강한 이익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 성숙기(이익은 꾸준하지만 증가율이 이전과 같지 않은 기업)에 접어든 기업들은 적극적인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펼치며 주주의 부를 더욱 높인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전에 없던 대규모 자사주매입을 시행한 이유는 미국 시장은 주주의 지배력이 높고 최고경영자(CEO) 평가항목에 주가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이익 성장이 낮고 주주환원에도 소극적이다. 2004~2015년 사이 한국 기업은 자사주매입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2.3%에 불과한 소각률을 보였다. 기간은 다르지만 미국의 2018년 자사주매입 소각률은 S&P500을 기준으로 72.2%에 달한다. 이러한 차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이익성장(주당순이익 성장이 주당순자산 성장보다 강할 경우) 또는 주주환원 (배당·자사주매입)이 증가할 때 상승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미국 S&P500 기업들의 평균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은 지난 2005년 (금융위기 이전) 16.8%에서 2019년 18.9%로 상승했지만, 코스피 종합지수는 14.7%에서 9.4%로 감소했다.
지난 2005년 이후 2019년까지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이 강하게 상승한 미국의 업종은 경기소비재·산업·헬스케어·정보기술(IT)이다. 경기소비재의 경우 해당 기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 CAGR(연평균복합성장률)은 8.1%로 주당순자산가치(BPS) 평균 증가율 0.2%를 크게 웃돈다. 이는 주당 자본금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순이익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름을 의미하고 자기자본이익률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자사주매입을 더하면 주식 수량이 줄어들어 주당순이익이 더 높게 증가한다.
같은 기간 산업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은 7.5%로 BPS 3.0%를 상회하며, 헬스케어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 CAGR도 9.0%로 BPS CAGR 6.7% 보다 높다. 마지막으로 IT 업종의 주당순이익 CAGR은 10.6%로 BPS CAGR 4.2%를 넘어선다.
이처럼 미국은 4차산업으로 무장한 대형 기술주들이 강한 이익성장을 이끌어가고 있으며, 성장이 무뎌진 기업들은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시행하고 있다. 즉, 성장과 분배가 적절히 조화되어 주주의 부를 증대시키고 있으므로 주가가 함께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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