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서 10조3,000억원의 적자국채를 찍기로 하면서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선심성 복지 확대로 지출을 급격히 늘리면서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는데, 이번 추경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 방어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40% 마지노선의 근거가 뭐냐”고 언급한 지 10개월 만에 무너졌다.
4일 기재부에 따르면 추경 재원의 대부분이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된다. 한국은행 잉여금과 기금 여유자금에서 각각 7,000억원, 총 1조4,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10조3,000억원은 빚을 내 충당한다. 사실상 빚으로 재원을 마련해 추경을 하는 셈이다. 통상 추경 재원으로 사용됐던 세계잉여금이 올해는 619억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국가재정법에 따라 전액 교부금 정산에 쓰여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은 역대 추경 중 네 번째로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크다.
‘빚 추경’이 되면서 재정건전성은 당초 정부 계획보다 크게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39.8%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 추경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껑충 뛰게 된다. 지난해 37.2%(추경 기준)와 비교하면 1년 만에 4%포인트가 급등하는 것이다. 최근 5년(2015~2019년) 평균 국가채무비율 상승률이 0.6%포인트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상승폭이다.
대표적 재정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외환위기 때인 1998년(4.6%)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1%까지 악화할 것으로 본다. 이 역시 2019년의 2.2%(추경 기준)에서 두 배 가까이 그 폭이 커지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512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짜놓고 또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하겠다고 하면 대외 신인도를 악화시킬 수 있고, 이는 오히려 위기를 불러일으켜 사태를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 앞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 늘리면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비중이 이미 절반인 50%에 달한 상황에서 전체 재정지출과 이에 따른 국가채무는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서는 시점을 오는 2021년으로 내다봤지만 이런 전망을 내놓은 지 반 년 만에 시기가 1년 앞당겨졌다. 홍 부총리는 “일시적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단기부담에 그치지 않고 향후 재정운용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당초 예상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세입경정(세수 부족분 보전)도 3조2,000억원이나 됐다. 지난해 명목 GDP 성장률이 1.1%에 그쳐 정부 예산 편성 당시 예측했던 3%에 크게 못 미쳤고 이로 인해 2조5,000억원의 세수가 부족하게 됐다. 이외에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세제 지원 6,000억원, 신성장·원천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시행령 개정으로 인한 1,000억원 등의 결손이 날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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