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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동백꽃 필무렵'에도 아직 한겨울 '봄' 오지 않는 KBS 드라마

왼쪽부터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무렵’과 사장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KBS2 수목드라마 ‘어서와’. / 사진=KBS 제공




‘동백꽃 필 무렵’이 훌쩍 넘어섰음에도 KBS 드라마에는 봄이 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동백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수목극 선두 주자를 꿰찼던 KBS가 좀처럼 황금시간대 드라마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프라임 타임이라 할 수 있는 평일 오후 10시 미니시리즈부터 시청률 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어서와’는 시청률 3.6%로 출발해 2%대와 1%대 사이를 꾸준히 오가다 16일 15, 16회가 각각 0.9%와 1.1%(닐슨코리아/전국)로 추락해 지상파 수목드라마 최저 시청률을 경신했다.

KBS 드라마 중에서 지금까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2018년 방송된 KBS2 월화극 ‘러블리 호러블리’(1.0%)였다. ‘어서와’는 이보다 0.1% 포인트 낮은 소수점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불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어서와’ 이전부터 KBS 드라마의 몰락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동백꽃 필 무렵’의 바통을 이어받은 KBS2 수목극 ‘99억의 여자’는 최고 시청률 11.6%를 기록했지만 빈약한 이야기 구성 탓에 후반부 시청률이 감소세를 보였다.

KBS2 수목드라마 ‘포레스트’. / 사진=KBS제공


후속으로 방영된 KBS2 ‘포레스트’부터 추락의 기미는 뚜렷해졌다. ‘힐링 피톤치드 로맨스’를 표방한 ‘포레스트’는 첫 방송 시청률 7%대를 기록했으나 쭉 한자리 수에 머물렀고,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마지막회에서는 4~5%대까지 떨어졌다.

비주얼 위주의 힐링 로맨스도 수목 황금 시간대에는 통하지 않았던 셈이다. 포레스트보다 낮은 시청률로 출발한 ‘어서와’는 전작보다 더 지지부진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단 2주의 방송분이 남은 상태에서 극적 반전이 없는 이상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맥을 못추고 있는 KBS 드라마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월화드라마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조선로코 녹두전’ 이후 4개월 만에 4부작으로 특별 편성된 ‘계약우정’은 1%대에 머물며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색다른 장르의 ‘시(詩)스터리’물은 결국 많은 이들에게 아무도 모르는 미스터리물로 남았다.

고정 시청층이 존재하는 주말드라마도 굴욕을 맛봤었다.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은 KBS 주말드라마 중 최저 시청률인 13.6%까지 찍으며 전작들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졌다. 이후 ‘한 번 다녀왔습니다’와 일일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 ‘위험한 약속’ 외에는 현재 내세울 만한 히트작이 없는 것이 KBS드라마의 현실이다.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계약우정’ 포스터. / 사진=KBS제공


KBS 드라마가 예전의 위상을 되찾지 못하는 이유는 시청자가 케이블 채널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분산된 부분도 있지만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점이 보이지 않아서가 크다.

그동안 힐링 로맨스, 반려 로맨스, 시스터리 등 색다른 장르에 도전했고, 콘텐츠 시류에 편승해 웹툰을 드라마화했으나 딱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했다.

‘힐링’은 주인공들만의 ‘힐링’으로 끝났고, 웹툰은 드라마 속에서 더 현실감 있게 각색되지 못했다. 드라마는 비주얼 배우, 청춘 스타들의 잔치에 불과했다. 지상파 드라마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겨내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실패했다. 극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연기파 배우도 부족했다.

그 사이 tvN, JTBC등 비지상파 드라마들이 비어있는 공간을 속속 메웠다. JTBC ‘부부의 세계’는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1회 방영에도 매회 인기 상승 중이다. 이는 내공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 탄탄한 이야기 구성, 특색있는 연출로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인 덕분이다.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지상파의 평균 시청률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좋은 콘텐츠가 나왔을 때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지상파가 가장 크다. 케이블과 종편 채널의 경우 소위 ‘대박’이 난 작품도 시청률 10%에 도달하기 어려운 반면, 지상파 드라마는 20% 고지를 쉽게 넘는다. 결국 콘텐츠의 완성도가 높으면 지상파의 위력은 배가 된다는 의미다.

이런 지상파의 장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KBS 드라마들은 잇달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콘텐츠의 힘에서 완전히 밀려버린 KBS가 시청률 0%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월화·수목드라마의 부진을 면할 수 있을지 곧 첫 방송을 앞둔 월화드라마 ‘본 어게인’(4월 20일)과 수목드라마 ‘영혼 수선공’(5월 6일)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과연 KBS에 늦은 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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