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상장지수펀드(ETF) 중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거래 비중이 급격하게 늘었다. 증시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올 초와 달리 단기간 투자로 ‘한 방’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동안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던 개인 자금이 단기 투자 상품에 몰리면서 앞으로 변동성을 키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ETF 거래대금 중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비중이 81.36%까지 급증했다. 올 초만 해도 50%대에 머물던 레버리지·인버스 거래 비중은 2월 67%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에는 80%선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대금 비중이 88.14%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 비중이 다시 줄어든 모습이지만 여전히 80% 가까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과 차입 등을 통해 추종 지수의 변동 폭보다 수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된 ETF로 국내에서는 2배 수익을 추종하는 상품이 있다. 인버스는 추종 지수가 하락할 때 이익을 얻는 상품이며 이 역시 국내 증시에는 ‘곱버스’로 불리는 2배 인버스까지 상장돼 있다.
이들 상품은 대표적인 단기 투자 상품으로 분류된다. 레버리지 ETF의 경우 ‘음의 복리효과’ 때문에 추종 지수가 하락 이후 상승해 투자 시작 시기와 같은 지수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박스권 장세 등 방향성이 모호한 시기에 장기간 투자하게 되면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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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위험’에도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투자자들, 특히 ‘한 방’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 개인들이 순매수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1,604억원에 불과했지만 2월 6,47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조7,977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들이 순매수한 금액(11조1,870억원)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자들의 공격성은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일반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일반 ETF와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 비율도 지난달 2.15배에서 이달 들어 2.47배로 오히려 더 늘었다. 올해 1월에는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이 일반 ETF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변동성이 여전한 가운데서 막연한 예측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손실 위험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70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던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는 현재 35.21포인트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올해 1월 초에 비하면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 증권사 WM 관계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지금 가격이 떨어졌으니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방향성에 투자해야 한다”며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현재 시장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개인들의 신용융자와 함께 투자 성향까지 단기적·투기적으로 바뀌게 되면 지금껏 증시에서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개인 자금이 변동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한국은행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레버리지형 ETF가 주가지수 변동성을 높인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투기적 성격을 띤 개인 자금이 이제는 변동성 확대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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