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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기획·연재
[뒷북경제]코로나19로 한국은행 적극 역할론 부상, 3대 과제는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논의

통화정책의 독립성 확보 요구도

전례없는 통화정책의 시대

'가보지 않은 길' 헤쳐나가야





미국·유럽·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뉴노멀’로 떠오른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공개시장운영 등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실물경제 문제에 대응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데요. 한국은행이 직면한 3대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법개정 논의도



한은은 그동안 국채와 정부 보증채를 매입하거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금융기관 등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시장에서는 한은의 회사채 직매입 주장이 줄곧 제기됐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산하 특수목적법인(SPV)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이 방안이 추진되려면 정부의 신용보강과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한은은 기획재정부와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5차 비상경제회의 이후 저신용등급의 회사채가 인수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과 정책금융기관과 한은이 유동성을 지원하는 큰 틀만 정해진 상황인데요.

SPV에 한은이 직접 대출할 경우 매입 채권의 신용도에 따라 리스크가 달라집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끼지 않고 한은이 직접 나서게 되면 매입 채권 종류에 일일이 개입할 수 밖에 없어 SPV 운영 자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한은법 68조에 따르면 한은의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 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국채와 정부 보증채가 아닌 회사채나 CP 매입은 제한하고 있는 셈이죠. 이에 대해 일부 금통위원들도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한 위원은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의 범위가 제한적으로 규정돼 향후 정책의 원활한 수립과 집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통화정책 독립성 확보

이주열(가운데)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7명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사진제공=한국은행


금통위가 의결하는 통화정책방향의 독립성 확보도 한은의 과제입니다. 7명으로 이뤄진 금통위는 당연직인 이주열 한은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를 빼고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새로 임명된 금통위원들도 친(親)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포진돼있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한은 노조는 지난달 17일 ‘청와대는 금통위원을 다시 인선하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죠. 노조는 “금통위원 인선에 청와대의 공정한 인사시스템이 작동했는지 의문”이라며 “투명하지 않은 밀실정치로 금통위원이 결정되는 게 청와대의 현주소가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가 추천한 조윤제 위원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지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릴만큼 현 정부와 연이 깊습니다. 조 위원은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의 정책 철학에 기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에 따라 조 위원의 스탠스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조율될 가능성이 높고 조 위원을 통해 정부 철학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위원회 추천의 주상영 위원도 정부 측에 가까운 인사로 꼽힙니다. 주 위원은 대표적인 소득주도 성장론자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정부혁신관리평가단 위원을 거쳐 기재부 중장기전략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주 위원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추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갈수록 떨어지는 통화승수, 금리정책 효과



금리를 활용한 전통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점도 한은의 고민거리입니다. 2010년 24.26배였던 통화승수는 2015년 18.08배로 하락하더니 올해 2월에는 15.4배로 떨어졌습니다.

통화승수는 시중 총 통화량을 뜻하는 광의통화(M2)를 한은이 공급한 본원통화로 나눈 수치인데요. 통화승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한은이 돈을 풀어도 경제 주체들이 현금을 보유할 뿐 소비·투자에 사용하지 않아 신용창출은 둔화한다는 뜻입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M2로 나눠 구한 통화유통속도 역시 지난해 0.68로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 2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17.1회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말 20.3회보다 3.2회 하락한 셈이죠. 예금회전율은 기업이나 개인이 은행에 맡긴 돈을 얼마나 자주 인출 해 사용하는지에 대한 빈도수를 나타냅니다.

전통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불확실해지면서 신임 금통위원도 취임사에서 비전통적 통화정책 활용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서영경 신임 위원은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0%대 금리와 한국적 양적완화, 증권사 직접 대출 등이 시행됐고, 앞으로도 민간에 대한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추가적인 정책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시장 충격을 넘어서더라도 경기 부진과 고용불안이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아 전례 없는 통화정책이 ‘뉴노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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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10:03:33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