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년 만에 10개년 기본계획(2020~2029년)을 확정하며 자원개발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기대에 못 미친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연합)의 감산 합의로 접어든 초저유가 국면이 해외자원개발에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수입 의존도가 94%로 사실상 에너지 자원 전량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자원 빈국으로서 이 같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자원민족주의와 미래차·로봇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필수적인 원료 광물 확보를 위한 경쟁까지 세계 자원시장은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사실상 실패로 끝난 지난 정부의 자원개발 정책에 갇혀 있다가는 한국의 자원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각심이 커지는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로 지난해 평균(64.16달러, 브렌트유 기준)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산업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한때 마이너스를 나타낼 정도로 기록적인 초저유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초저유가의 배경에는 ‘셰일혁명’으로 세계 석유·가스 공급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동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패권 다툼도 크게 작용했다. 중동 국가의 석유 독점력이 줄어들고 ‘판매자’가 늘어나는 것이 저유가 국면 장기화 전망의 근본적인 이유다.
‘공급선’이 증가하면 우리나라 같은 에너지 자원 수입국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용 감소를 향유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우선 세계적으로 에너지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오는 2040년까지 석유와 천연가스는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석유 수요는 49억2,100만toe(석유환산톤)로 27.8%, 천연가스는 44억4,500만toe로 25.1%의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과 같은 에너지 자원 수입국인 일본과 중국이 석유 수요 감소와 무관하게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저가자산 인수, 자원외교 추진 등의 전략으로 대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 수출규제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듯 소재·부품 공급이 막히면 국가 기반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자원개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각국이 전기차와 로봇의 원료가 되는 광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자원개발의 필요성을 더한다. 한국은 과거 대규모 자원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으로 인해 원료 광물 확보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리튬·희토류 자원 개발률이 2013년 9.6%에서 2018년 0.8%로 급격히 저하된 만큼 시급성은 더욱 커졌다.
이 같은 대내외 환경 변화를 고려해 이번 자원개발 기본계획은 △자원개발 산업생태계 활성화 △에너지 환경 변화 능동적 대응 △자원개발 중심에서 자원안보로의 전환 등 3개 분야 9개 추진전략으로 구성됐다.
우선 특별융자 지원 등을 통해 민간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면서 위험성이 커 민간의 참여가 쉽지 않은 탐사사업 지원을 확대한다. 공기업은 탐사사업 중심으로 민관 협력 모델을 발굴·추진하고 민간기업의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자원개발 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6대 전략 지역을 설정하고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 추진한다. 북미는 셰일가스, 중동은 원유 수급 안정성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신남방은 베트남·미얀마·말레이시아 등 이미 진출한 지역에서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신북방은 중장기 관점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이나 운반선 등 패키지 진출을 모색한다. 중남미는 칠레·브라질·아르헨티나 내 동과 리튬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동남아·대양주는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광종을 도입한다. 이외에도 전기차·로봇과 같은 신산업에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등을 핵심 원료 광물로 선정해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세종=조양준·조지원기자 백주연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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